美·中·유럽, ‘하늘 위 슈퍼컴퓨터’ 전쟁…6세대 전투기 경쟁 본격화

2025-05-16

미국·중국·유럽이 ‘6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스텔스 성능과 장거리 작전 능력, 인공지능(AI) 기반의 전장 통합 시스템까지 갖춘 ‘하늘 위 항공모함’을 둘러싼 자존심 대결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15일(현지 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의 6세대 전투기 ‘F-47’을 공개하며 “역대 전투기 중 가장 빠르고, 민첩하며, 탑재 능력도 압도적”이라고 자평했다. 보잉이 개발을 맡은 이 전투기는 이르면 올해 실전 배치될 전망이다. 중국이 이미 지난해 말 J-36으로 불리는 스텔스 무인기 형태의 전투기 시제품을 공개한 가운데 영국·일본·이탈리아도 2035년 도입을 목표로 ‘템페스트’ 전투기를 개발 중에 있다. 또 독일·프랑스·스페인 역시 2040년까지 미래 전투 항공시스템(FCAS)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6세대 전투기의 공통점은 전 세대보다 커진 크기다. 고도화된 지대공 미사일 위협을 피하려면 스텔스 성능을 강화해야 하고, 핵심 무기와 연료 탱크는 기체 내부에 숨겨야 한다. 여기에 고성능 센서와 전자전 장비를 탑재하다 보면 전투기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장거리 작전 능력도 핵심이다. 미국은 중국의 미사일 사정권 밖인 호주나 태평양 도서 기지를 출격 거점으로 고려 중이며, 영국의 템페스트는 대서양을 무급유로 횡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유럽 주력기 타이푼은 세 번 이상의 공중 급유가 필요하다.

무장 탑재 능력도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영국 템페스트는 F-35보다 두 배 가까운 무장을 실을 수 있도록 설계돼 적진 침투 횟수를 줄이고 생존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런 이유로 외형만 놓고 보면 오히려 과거의 대형 폭격기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전투기의 뇌는 AI 중심의 초고속 연산 체계를 탑재해 훨씬 정교해지고 있다. 템페스트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로베르토 친골라니 최고경영자(CEO)는 “이 전투기는 중형 도시가 1초에 만들어내는 만큼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흡수하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날아다니는 슈퍼컴퓨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유인 여부도 관심사다. 대부분의 공군은 민감한 임무와 돌발 상황 대응을 이유로 조종사를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유인기 한 대가 다수의 무인 드론(CCAs)을 지휘하는 ‘하늘 위의 항공모함’ 개념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미국 F-47은 대당 개발비가 1억6000만~1억8000만 달러(2200억∼25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전체 보유 수량이 200대 안팎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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