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점 만점에 12점" 시진핑 "中 발전 MAGA와 함께"

2025-10-30

미국과 중국이 구체적인 합의 성과물을 도출하며 일시 휴전을 이뤄낸 것은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갈 경우 결국 서로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안길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실제 미중이 합의한 중국의 대규모 미국산 대두 및 농산물 수입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었다. 미국산 대두의 큰손이었던 중국은 올 들어 수입을 사실상 중단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인 농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아지며 관세 수입으로 농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대규모 수입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희토류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 규제를 단행하자 미국 자동차, 방산 업체 등의 생산에 비상등이 켜졌다. 여기에 9일 중국이 극소량의 자국산 희토류 등을 사용한 제품은 해외에서 생산한 것이라도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정책을 발표(12월부터 시행)하자 미국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중국이 시행을 1년 유예할 것으로 보이면서 미국으로서는 희토류에 대응할 시간을 벌게 됐다.

중국 역시 3분기 경제성장률은 4.8%로 연간 목표치 5% 내외 달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펜타닐 관세 10%포인트 인하가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으로 중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100% 추가 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이 같은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있게 된 것도 중국에는 반길 만한 사안이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에서 건조됐거나 중국이 소유한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 조치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해 중국 역시 미국이 관련 조치를 중단하면 중국도 대응 조치를 1년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직후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부산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이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주요 걸림돌이 그리 많지 않아 곧 체결될 것 같다”고 낙관했다. 또 “시 주석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말한 내용 대부분을 상당히 포괄적으로 다뤘다”며 “일부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성명을 발표할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10점 만점에 이 회담이 12점이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흡족해했다.

시 주석도 파국을 피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미중 관계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안정세”라며 “국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은 불가피하며 두 경제 대국이 때로는 마찰을 빚는 것도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발전과 부흥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목표와 상충하지 않는다”며 “양국은 공동으로 번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여러 바람·역풍·도전에 직면한다고 해도 미중 관계는 올바른 길을 향해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경제·무역은 계속해서 중미 관계의 안정기와 추진력이 돼야 하며, 걸림돌과 충돌 지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대중 수출 규제 완화를 시사하면서도 최첨단 제품인 블랙웰 수출에는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칩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이 엔비디아와 다른 기업들과 (중국 내) 칩 공급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엔비디아의 젠슨(젠슨 황 CEO)과 얘기하겠지만 중국이 엔비디아와 협의해서 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을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블랙웰의 낮은 버전에 대한 논의를 한 것이냐고 확인하는 물음에 “블랙웰은 아니다. 어제 막 나온 블랙웰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동안 백악관과 황 CEO 등은 중국에 대한 AI 반도체 수출 정책을 조 바이든 행정부 때에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전 정부 때는 AI 반도체 수출을 무조건 차단했지만 그 결과 중국산 AI 칩 수요가 높아져 중국의 AI 칩 자립으로 이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최첨단이 아닌 AI 칩을 중국에 적극 공급해 ‘중국이 미국산에 중독되게 해야 한다’는 게 기본 정책 기조였다. 이번 언급도 이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이번 합의를 두고 중국은 시간을 벌게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의회 내 대중 매파들이 더 강한 대중 압박 정책을 요구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 관리 모드에 합의함으로써 초강력 대중 매파 정책이 단행되는 것을 막고, 그사이 중국이 기술 굴기를 실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시 주석이 달성하려는 목표는 미국의 압박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고,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전략적 교착 상태’를 이루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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