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투자’ 선언 한 국민연금공단, 해외 석유기업들에 오히려 투자 늘려

2024-10-15

국민연금공단이 2021년 ‘탈석탄 투자’ 선언을 한 뒤에도 탄소배출량이 많은 석유 기업들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오히려 탈석탄 선언 이후로 탄소배출량 상위 기업들에 대한 투자규모를 키워 비판을 받고 있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국내·해외 기업별 주식 투자 현황’ 자료를 보면, 공단은 탄소배출량 10위권 안에 드는 국내외 기업에 최근 5년간 투자를 이어갔다. 공단은 세계 최대 탄소배출량 집계 데이터베이스인 ‘카본 메이저스’ 상위 5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엑슨모빌, 쉘, BP, 셰브론, 토탈에너지 등 모두 석유·정유 관련 기업이다. 2020년 7715억원이던 5개 기업 투자액은 올해 2월 기준 4조1941억원으로 5.3배로 불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위 안에 드는 5곳에 투자를 이어갔다. 삼성전자, 포스코홀딩스, S-oil, 현대제철, 쌍용 C&E 등이다. 2019년 39조7071억원이던 투자액 규모는 2022년에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 올해 3월 기준 39조522억원이다.

공단은 2021년 5월 ‘탈석탄 운용 정책’을 선언했다. 국내외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투자를 하지 않고, 석탄채굴·발전산업에 대한 투자제한 전략을 단계적으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당시 공단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산업군·기업군에 투자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단은 이같은 선언이 무색하게 2022년 32조1401억원이던 국내외 탄소배출 상위 기업 투자액을 12조8281억원 늘려, 올해 1분기 기준 44조9682억원을 투자했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는 “투자 액수를 한꺼번에 빼기 어렵다면 점진적으로 줄이는 추세라도 있어야 되는데,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은 명확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민연금 탈석탄선언 이행 점검’ 보고서에서 “(공단은) 석탄 채굴 및 발전 산업에 대해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으나, 석탄 발전 의존도가 높은 한국전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석탄 채굴·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공단은 석탄투자 제한기준과 넷제로 목표 선언 및 그 이행계획을 제시하고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탈석탄 선언 후 석탄산업 투자제한전략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했다. 용역결과를 토대로 2022년에 다섯 차례 회의를 가졌으나, 2023년부터는 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고 뚜렷한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한국전력 적자 확대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돼 “합리적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서미화 의원은 “소위 ‘기후악당’ 기업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공단의 ESG 경영 실태가 우려스럽다”며 “2050년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리스크 대응을 위해 석탄 투자제한 전략을 도입하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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