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가 오는 10월 1일부터 26일까지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다. ‘자연이 차린 식탁, 남도; 지속가능한 미식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요리 경연과 체험, 문화·비즈니스 프로그램 등 다양한 참여형 콘텐츠로 구성되어 관람객들의 오감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남도음식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한국 미식문화의 뿌리이자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오랜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손맛이 어우러져 오랜 세월을 이어온 남도의 음식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이야기이며,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귀중한 문화 자산이다.
그러나 최근 남도미식이라는 이름이 무분별하게 소비되면서 고유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 많은 식당들이 남도음식을 ‘이벤트성 메뉴’나 관광 상품으로 소비하고 있으며, ‘남도한정식’이라는 이름 아래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스타일의 메뉴가 제공되고 있다. 그 결과, 전통적인 맥락과 철학은 사라지고, 지역성도, 남도의 맛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심지어 남도의 식재료나 조리법과 무관한 음식들이 ‘남도미식’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까지 한다. 이는 곧 남도음식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남도음식의 탄생 배경과 고유한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정립하고,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때이다. 식문화란 단순한 조리법이나 맛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위도와 고도, 해안선과 토양, 기온과 습도 같은 자연환경은 식재료의 종류와 맛을 결정하며, 이는 다시 조리기술, 보존방식, 유통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사회적 규범과 공동체의 문화가 더해져, 특정 지역만의 고유한 식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남도미식은 바로 이 복합적이고도 유기적인 축적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러한 배경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남도에서 유래했거나 소비되던 음식’, 또는 ‘비슷한 모양과 맛’이라는 이유로 남도미식의 이름을 차용하는 현실은 그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진정한 남도미식은 그저 외형이나 맛에 그치지 않다. 어머니의 손맛, 마을 공동체의 정신,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태도까지 포괄하는 총체적 문화이다. 손수 담근 장맛, 정성껏 거둔 들나물,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 하나하나에 깃든 삶의 이야기가 바로 남도음식의 정수이다.
따라서 남도미식의 진정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그 철학과 기준, 조리 방식과 식재료의 뿌리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지역 공동체와 협력하여 어떻게 이 전통을 계승하고 또 창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전통이란 그저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맞게 재해석되고 살아 숨 쉬는 문화여야 한다. 단, 그 재창조는 반드시 뿌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남도미식은 한국 음식문화의 정수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미식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복합성과 진정성이 그 속에 스며 있다. 이 소중한 자산을 온전히 계승하고 미래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맛’이 아닌 ‘정체성’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껍데기만 남은 모방이 아니라, 남도의 정신과 삶을 온전히 담아낸 진짜 미식이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남도는 물론, 한국 음식의 미래를 밝히는 길이다.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는 이러한 고민의 출발점이자, 남도미식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