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10년만에 핵협상…우호적 분위기 속 19일 재개(종합2보)
약 2시간 만에 1차 협상 종료…오만 외무장관 중재로 간접 대화
양측 모두 협상 분위기 긍정적 평가…백악관 "진전된 한 걸음"
(로마·서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임화섭 기자 = 미국과 이란이 12일(현지시간) 오만에서 10년 만에 최고위급 핵협상을 시작했다. 당장 결론을 내지는 못했으나 양측은 첫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다음 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로이터, AP, AFP 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담당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각각 이끈 양국 대표단은 이날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약 2시간 동안 핵협상을 벌였다.
아락치 장관은 협상 종료 후 이란 국영 IRIB 방송과 인터뷰에서 두 번째 핵협상이 한 주 뒤인 오는 19일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상 틀을 마련하는 데 매우 근접했다"며 "오늘 회담의 분위기는 회담의 지속성과 진전을 보장할 만큼 긍정적이었다. 다음 회의에서 협상의 기초를 확정할 수 있다면, 우리는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락치 장관은 양측 모두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합의에 도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도 이날 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다"며 "상호 이익이 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한 진전된 한 걸음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핵협상은 오만 외무장관의 중재 속에 간접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측 대표단은 각각 별도의 공간에 머무르며, 오만 외무장관을 통해 메시지를 교환했다. 다만 협상 말미에는 양쪽 대표단이 잠시 직접 대화를 나눴다고 이란 국영 IRIB 방송이 보도했다.
아락치 장관은 "양측이 회담장을 떠날 때 잠시 대화를 나눴다"며 "이는 외교적 관례이며, 우리는 항상 미국 외교관들과 외교적 예절을 지킨다. 이번에도 그런 수준의 인사를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만 정부 소식통은 "이번 회담의 핵심 목표는 지역 긴장 완화, 포로 교환, 이란의 핵 프로그램 통제를 조건으로 한 제재 일부 완화"라고 전했으나 이란 측은 이를 부인했다. 다만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란의 한 당국자에 따르면 아락치 외무장관은 국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로부터 협상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
이 당국자는 "이번 회담은 오로지 핵 문제에 관한 것으로서, 회담의 지속 기간은 미국 측의 진지함과 선의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란은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등 국방 역량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아락치 외무장관은 협상 시작 전, 협상 기간에 대해 언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으나 협상이 시작된 직후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국영 TV를 통해 "이번 협상이 길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번은 시작 단계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 오만 측 중재자를 통해 서로의 근본적인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서는 아직 협상에 대한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앞서 지난달 '2개월 시한'을 제시하는 서한을 보내며 이란을 압박하는 와중에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약간의 진전 가능성도 있지만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이란은 2000년대 초부터 우라늄 농축 비밀시설을 운영하는 등 핵무기를 만들려고 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란 핵 문제는 국제사회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제한을 가하고 제재를 풀어주는 내용의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체결로 해결되는 듯했으나,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2019년부터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한 데 이어 2021년부터 우라늄 농축도를 준무기급인 60%까지 높이고 비축량도 늘렸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핵합의를 복원하려는 외교적 시도가 있었지만 이란 내 미신고 핵시설 운영 의혹이 불거지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현지 조사 문제를 둘러싼 이란과 국제사회 간 갈등 역시 풀리지 않아 결국 불발했다.
이후 이란은 미국과 핵협상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으며, 올해 1월 20일 출범한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일단은 1기 당시의 "최대 압박" 정책으로 회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이란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으면 이란을 폭격할 수도 있다고 공언해왔다.
작년 12월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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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