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모회사도 ‘반도체 굴기’ 합류···한국 HBM ‘새우등’ 터지나

2024-09-20

※화학물질 규소(Si)를 뜻하는 실리콘은 ‘산업의 쌀’ 반도체의 중요한 원재료입니다. 정보기술(IT) 산업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합니다. ‘김상범의 실리콘리포트’는 손톱만 한 칩 위에서 인류의 미래를 이끄는 전자·IT 업계 소식을 발빠르게 전하는 칸업 콘텐츠입니다. 더 많은 내용을 읽고 싶으시면 로그인해 주세요!

‘두바오(豆包)’. 팥이 들어간 찐빵을 가리키는 이 단어는 숏폼 콘텐츠로 유명한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인공지능(AI) 대형언어모델(LLM) 이름이기도 하다. 매달 3000만명이 찾는 두바오는 챗GPT 접근이 차단된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AI 서비스다. 검색, 문서 요약, 코딩, 외국어 학습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며, 하루 평균 1200억개의 토큰(언어의 최소 단위)을 처리하고 3000만장의 이미지를 생성한다. 삼성전자의 중국 수출용 갤럭시Z폴드6·플립6에도 두바오가 탑재된다.

“경쟁사보다 99% 저렴하다”가 마케팅 포인트다. 사용자들은 한자 200만개 분량의 작업을 단돈 1위안(약 180원)에 처리할 수 있다. 비슷한 규모의 작업을 오픈AI GPT-4o에서 처리한다면 5달러(약 6600원)가 든다.

푼돈에 가까운 가격을 뒷받침하려면 AI 학습·추론에 필요한 하드웨어(AI 칩) 비용은 최대한 낮춰야 한다. 영상 플랫폼 기업인 바이트댄스가 AI 반도체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20일 디인포메이션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대만 TSMC의 5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해 2026년까지 AI 칩 2종을 양산할 계획이다.

너도나도 ‘엔비디아 대항마’

이는 중국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가속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입할 수 없게 된 사정과도 맞닿아 있다. 2022년 미국 제재로 H100, A100 같은 엔비디아 주력 제품은 중국에서 구입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성능이 5분의 1 수준인 저가형 ‘H20’은 구매할 수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쟁쟁한 미국 테크 회사들과 맞먹는 컴퓨팅(연산) 능력을 구비하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H20 칩을 사들여야 한다.

바이트댄스는 올해 20만개가 넘는 H20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금액은 무려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차라리 직접 만들자’는 판단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이미 화웨이·바이두 등 다른 기술기업들은 독자 개발에 나섰는데 바이트댄스도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디인포메이션은 “바이트댄스는 칩 개발을 통해 수십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대항마’를 자처하는 스타트업들도 우후죽순 생겨나 자금 수혈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GPU 제조사 ‘비렌테크놀로지’는 지난 12일 상하이 증권감독관리국에 상장 등록을 신청했다. 데이터센터 AI칩 설계기업 ‘엔플레임’도 기업공개를 통해 최대 20억위안(약 375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런 ‘자급자족’의 배경에는 중국 AI 발전을 경계하는 미국의 규제가 있다. 미국은 고성능 칩의 수출을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첨단 반도체 기술·장비도 막았다.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인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부터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최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 AI 굴기에는 상반된 전망이 존재한다. 우선 ‘브레인 파워’가 하드웨어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미국의 첨단기술 분야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이 출원한 생성형AI 관련 특허 숫자는 미국보다 6배 많다. 부족한 반도체 성능을 AI 모델 설계 효율화로 극복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지난해 설립된 AI 스타트업 ‘01.AI’의 카이푸 리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중국에는 GPU가 많지 않다. 따라서 매우 효율적인 AI 인프라와 추론 엔진을 개발해야 한다”며 “컴퓨팅 파워에 맹목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엔지니어링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반도체 기술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온다. 중국 파운드리 SMIC는 구형 심자외선(DUV) 장비의 반복 작업을 통해 7나노 미세 회로를 구현하는 등 기술력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으며, 여기서 만들어진 화웨이 AI 칩 ‘어센드 910B’은 중국 내에서 엔비디아의 대체재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미 미국·한국·대만의 경쟁사들은 3~4나노급 첨단 공정에서 더 효율적인 칩을 뽑아내고 있다. 캐나다 싱크탱크 국제거버넌스혁신센터(CIGI)의 알렉스 허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고립돼 있는 한, 서방의 우위는 극복할 수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 차원에서도 반도체 산업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쏟아붓고 있으나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AI 칩 제조사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거나 파산 위기에 시달리는 등 수익화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대중 제재망은 점점 조여들고 있다. 지난 6일 네덜란드 정부는 그나마 중국이 운용 가능했던 DUV 장비 2종 수출을 통제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일본 정부와도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 제한에 대한 합의점에 다가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국을 향해서도 제재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세계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드는 기업이 3곳인데 그중 2곳(SK하이닉스·삼성전자)이 한국 기업”이라며 “이런 역량을 동맹을 위해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올렸다.

HBM은 AI 프로세서를 보조하는 고성능 메모리다. 구형 HBM 제품을 사용하는 중국 AI칩 회사들은 국내 메모리 기업의 잠재적인 고객으로 여겨지며, 엔비디아 H20에도 삼성전자의 ‘HBM3’이 탑재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상무부 차관의 발언은 아직까지는 개인 의견일 뿐이지만, 이것이 공식 발표로 이어지는 것을 염려해야 한다”며 “(공식화하지 않도록)정부의 물밑 작업과 (국내)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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