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호 교수 "철도·도로 연결도 18세기 발상"
국민대 한반도미래硏 개원 10주년 심포지움
신봉길 외교협회장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여현철 교수 "北주민 개인이익 쫓는 이반현상"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개성공단 재가동과 철도‧도로 연결 문제가 북한 김정은의 대남 적대인식 등으로 인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남북경협 전문가에 의해 제기됐다.

조동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지난 12일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원장 김형진) 개원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통해 "개성공단에서 중요했던 건 북한의 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식"이라며 "그런데 이제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국제질서가 열리고 있고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겠다는 식은 낡은 사고"라고 지적했다.
국민대 본부관 학술회의장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 모색'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조 교수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렸는데 적성국의 저임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식의 개성공단이 가능할까"라고 반문한 뒤 "정동영 통일장관도 공단 재가동을 얘기하지만 절대 그렇게 안 될 것이다.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데 자꾸 옛날식으로 진부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때의 '3대 경제벨트' 구상을 비롯해 역대 거의 모든 정부 때마다 철도 공동체를 통해서 남북한 철도를 잇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이용해 유럽까지 가자는 구상이 나왔다"며 "철도로 경제 공동체를 만들자는 건 서부 대개발 시기 같은 18세기 얘기인데 21세기에 무슨 기차를 연결해가지고서 경제벨트를 만들자고 하느냐"며 남북 경협에서도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교량을 많이 만들자는 진보정부와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자는 보수정부가 대립해왔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터널도, 고가도로도 만들어야 될 것이고 한반도 위에 입체교차로를 만들어야 새로운 남북관계, 통일의 시대가 열린다"고 말했다.
신봉길 외교협회장(전 인도 주재 대사)은 발제에서 "지금은 대혼란의 국제질서가 진행 중이고 지난 80년간 미국이 주도하던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며 "편의에 따라 '룰 베이스 오더'(rules-base order)를 이야기하지만 그 실제 내용은 'our rules, your compliance' 즉, '내가 정하는 룰에 너는 그냥 따라오면 된다'는 이런 식의,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의적인 국제 질서가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회장은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의 대결에서 민주 진영이 당연히 압도적인 걸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democratic backsliding' 현상이 만연하고 있으며 미국도 마찬가지"라며 "예전에는 서방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당연히 우세한 줄 알았지만 지금은 누가 중국 같은 권위주의적인 체제에 대해서, 과연 미국이 더 우월한 체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 때 북중러 정상이 텐안먼(天安門) 망루에 함께 올랐다"며 "한미일과 대립하고 있는 북중러의 연대 구도인데, 이들은 반미 핵(核) 트리오일 뿐만 아니라 지금 지구상에서 미국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세 나라"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미 조지아주 현대차‧LG엔솔 공장 사태를 보면 동맹이고 뭐고 그냥 쇠사슬로 묶어서 끌고 가고 하는 이런 상황 아니냐"면서 "과연 우리가 어느 한쪽만 이렇게 믿고 있어도 되느냐 하는 생각이 드는데, '노'(NO)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이 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박명규 서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최영준 전 통일부 차관,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 최용환 북한연구학회장, 이수석 국민대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특임교수, 여현철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부원장이 토론을 벌였다.
최영준 전 차관은 "김정은이 베이징 전승절 행사에 가서 노렸던 것은 그동안 조금 소홀해졌던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특히 경제적인 점(대북지원 등)을 이야기 한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완전히 미국과의 대화를 포기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만약 미국이 북미 대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혹시라도 핵 군축으로 인정해 주는 그런 방향으로 갈 것 같으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우리를 완전히 적대적으로 여겨 상대 않겠다고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수 전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하고 러시아의 대리전이라고 봐야 된다"며 "바이든이 무리하게 유도를 한 결과 오히려 미국의 퇴조를 더 앞당기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또 "그동안 북한이 다자 행사에는 절대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드디어 베이징 전승절에 등장을 했다"며 "국내에서 논평들 나온 거 보면 '나란히 섰을 뿐이지 3자 간의 회의는 안하지 않았느냐'면서 북중러가 그렇게 연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것도 너무 낭만적인 판단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 회장은 "중국 전승절 행사는 북한판 북방정책을 보여줬다"며 "일부 언론에서는 '안러경중'이라고 했는데 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과 하겠다는 것이고 탈냉전 초기에 우리가 중국‧러시아하고 관계를 바꿨던 것처럼 이제 북한이 중국‧러시아하고 관계를 바꾸고 한미일 대 북중러 간의 냉전적인 갈등 구조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탈냉전 이후에 우리의 대북 정책은 점점 진영화 되고 점점 멀어져서 이제는 이게 정말 이른바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의 대북 정책이라는 게 같이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우리가 써봤던 남북 관계의 모든 정책들, 포용 정책과 강압 정책 모두 다 실패한 지금의 현실이 어쩌면 이제 정말 정권을 넘어서 혹은 정권의 색깔을 넘어서 지속되는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될 진실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수석 교수는 "핵 무력 보유국을 선언하기 이전에는 북한은 선택할 게 별로 없었고 남북 대화를 하든 북미 대화를 하든 이렇게 몇 개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글로벌 시대에 북한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핵 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남북 관계라는 것은 결국 파트너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주고 싶은 것만 줄 수는 없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주기는 줘야 한다"며 "이 문제를 두고 정부도 그렇고 우리 시민사회도 그렇고 학계도 그렇고 대화를 해야 하고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현철 부원장은 "북한의 현재 목표는 수령독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그리고 이를 위해 폐쇄적인 틀 안에서 효율성을 계속 추구하는 것"이라며 "경제‧정치적 예상 목표를 달성한 이후 2026년 초로 예상되는 노동당 9차 대회를 맞이하자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여 부원장은 북한 내부 변화와 관련해 "과거 당과 국가에 순종하는 모습에서 탈피해 이제는 개인성을 중시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심리적 이반 현상도 일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 남쪽 정보에 대한 갈망과 '남조선'에 대한 궁금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국민대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개원 1주년과 대학원 2025년 2학기 입학식을 겸해 열렸다.
정승렬 국민대 총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북중러 밀착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을 높이는 동시에 우리가 직면한 도전의 엄중함을 잘 보여준다"면서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길을 모색할 지혜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진 한반도미래연구원 및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핵을 보유한 북한과는 더 이상 대화와 협상이 어렵다'거나 '통일이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라 할지라도 역사가 증명하듯이 갈등과 대립, 분단이 해 해결되는 일들은 국내‧국제적 요인 등으로 인해 반드시 일어나고 통일의 기회도 꼭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