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엑소더스’ 가속 우려…환율관찰 대상국 재지정에 리스크↑

2024-11-15

‘무역·경상수지 흑자’ 관련 평가 기준 해당

美 관세전쟁 예고에 별도 조처 발생 가능성

외국인 이탈 지속 시 증시 부진 장기화 염려

미국이 한국을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에 올리며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환율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식이 외국인에게 기피 자산이 될 수 있단 지적마저 제기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00포인트(0.08%) 내린 2416.86에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장중 2390.56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지수가 2400선을 하회한 건 지난 8월 5일(2386.96) 이후 약 100일 만이다. 이날 외국인은 755억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원·달러 환율은 소폭 내렸으나 투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6.3원 내린 1398.8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미국의 환율관찰 대상국 지정 등으로 환율 리스크가 커졌단 관측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며 ‘한국·중국·일본·싱가포르·대만·베트남·독일’ 등 7개국을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해 심층분석국과 관찰대상국을 지정한다. 평가 기준은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 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다.

만일 3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할 경우 심층분석 대상국이 되며, 2가지에 해당할 경우 환율관찰 대상국이 된다. 한국은 이번에 ‘무역 흑자·경상수지 흑자’ 관련 기준에 해당됐다.

한국이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된 건 1년 만이다. 지난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인 2023년 11월 환율관찰 대상국에서 빠졌는데 이번에 다시 포함됐다.

환율관찰 대상국이 됐다고는 하나 미국으로부터 특별한 조치를 받는 것은 아니다. 단 관찰대상국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 등에 따라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제약 발생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아울러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를 가져가며 새 정부 출범 이후 관찰대상국 내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국가에 별도의 조처 발생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관세전쟁을 예고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측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관세 인상과 세금 감면에 따른 고금리·강달러 환경 지속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압력을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과 공화당 우세 속에서 달러와 금리는 단기적으로 상방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며 “재정 우려와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금리·환율 상승은 시장에 공식처럼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원·달러 환율이 단기 급등해 연내 1450원에 도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내년 환율 전망치도 상향 조정하며 고환율 환경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 성장성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국내 주식을 꺼려하고 있는 가운데 환율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외국인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심화될 우려가 나온다. 개인과 기관이 외국인 수급을 대체하기 힘든 국내 증시의 구조를 고려할 때 코스피 부진은 장기화가 염려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8월부터 4개월째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 중이다. 8월1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순매도액은 약 16조원에 달하며 이 기간 시총 1위인 삼성전자만 약 18조원 팔아치웠다. 이날 기준 외국인의 코스피 시총 비중은 32.82%로 7월 말(35.64%) 대비 2.82%나 줄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주식 시장 약세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관세와 정책 리스크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이탈이 주된 원인”이라며 “강달러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주식 시장에서 이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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