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 루빈이 보여줄 우주

2025-07-23

한국천문연구원 본관 로비가 최근 100여 명 직원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200개가 넘는 그 눈동자는 ‘베라 루빈 천문대’가 처음 공개한 처녀자리은하단 영상에 푹 빠졌다.

칠레 중북부 세로 파촌 산 해발 2647m 봉우리에 있는 이 천문대 돔은 거인이 땅에 엎드려 하늘을 올려다 보는 인상을 준다. 그 각진 돔 안에 든 베라 루빈 망원경은 과거의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농구 코트의 절반 만한 8.4m 특수거울이 사람 눈보다 84만 배 많은 광자(photon)를 가둔다. 단 15초 노출로 북극성보다 16억분의 1 수준의 어두운 별을 찍고, 그렇게 10년 쌓은 영상을 합치면, 다시 13분의 1에 불과한 더 희미한 별과 은하가 드러난다. 베라 루빈은 우주를 그렇게 ‘깊게’ 본다. 동시에 ‘넓게’ 찍는다.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화소가 16배나 많은 32억 화소 카메라 덕분이다. 이 장치는 보름달 45개의 면적을 영상 한 컷에 담는다. 그래서 농구 코트 만한 원본 영상을 보려면 초고화질(UHD) TV 400대를 갖다 놔야 한다는 농담도 한다. 베라 루빈은 칠레의 밤하늘을 일주일에 두 번씩 10년에 걸쳐 촬영하며, 그 영상을 이어 붙이면 ‘타임 랩스’ 한 편이 탄생한다.

10년 뒤에 개봉하는 이 영화에는 암흑 에너지, 암흑물질 같은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숨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이 예상하는 발견 목록에는 20만 개의 근(近)지구 소행성도 들어 있다. 그 ‘거인’은 하룻밤 20테라바이트의 자료를 쏟아낸다. 매일 고화질 영화 2만 편 분량의 자료를 처리하는 것은, 버거운 도전이다. 구글 클라우드가 베라 루빈 데이터를 저장해 고속으로 분석하는 일을 10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그들은 자체 예산으로 시스템을 구축, 미래 데이터 산업에 적용하게 될 솔루션을 만든다.

부러워하면 진다고 했다. 소행성으로부터 우주론을 망라하는 국내 연구자들은 이 망원경이 펼칠 ‘디지털 우주’에 발을 막, 담갔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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