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2 이재명~이재선' 소지 있나…지난해 정신병원 강제입원 3만1459명

2024-10-05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 김미애 의원 공개

매해 3만 명 안팎 정신병원 '비자의 입원'

악용 소지 있는 반면 범죄 예방엔 미흡

한동훈 제안 '사법입원' 대안으로 부상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정신병원에 입원되는 인원이 꾸준히 매해 3만 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병원에의 비자의 입원 절차로는 보호입원과 행정입원 등이 있는데, 정치적 사유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반면 정작 범죄 예방에는 무력해 '사법입원' 등 새로운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재선·부산 해운대을)이 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정신의료기관에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입원(비자의 입원)된 환자의 수는 3만1459명에 달했다.

정신병원 '비자의 입원' 환자는 최근 수 년간 꾸준히 3만 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입퇴원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비자의 입원환자'의 수는 △2019년 3만5294명 △2020년 2만9841명 △2021년 3만272명 △2022년 2만9199명을 거쳐 지난해에는 3만1459명이었다.

'비자의 입원'에는 보호입원과 행정입원 등이 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가 규정하는 '보호입원'은 보호의무자 2인 이상의 신청과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으로 정신병원에 2주간 진단입원을 시킬 수 있으며, 진단입원 기간 중 서로 다른 정신병원에 소속된 정신과 전문의 2인 이상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입원 연장이 가능하다.

정신건강복지법 제44조가 규정하는 '행정입원'은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이다. 위험성 있는 인물에 대한 진단·보호를 신청받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정신과 전문의에게 진단을 의뢰해, 정확한 진단 필요성이 인정되면 정신병원에 진단입원 절차가 시작된다. 이후 2주 내에 정신과 전문의 2인 이상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입원연장을 시킬 수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매해 3만 명 안팎이 정신병원에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입원 조치되고 있는데, 현재의 보호입원·행정입원 제도는 자칫 정치적 사유로 악용될 수 있는 반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예방에는 미흡하거나 무력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신병원 비자의 입원, 작년 3만1459명

2019년 3만5294명…해마다 3만 안팎

행정입원, 시장·군수·구청장 의한 입원

국민들에겐 이재명 친형 사례로 알려져

행정입원과 관련해 우리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사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형 고 이재선 씨 관련 사안이다. 행정입원 절차가 끝까지 진행되지는 않고 도중에 중단된 사례다.

행정입원 절차와 관련해 잘 알 수 있어 자세하게 살펴보면, 2012년 4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분당보건소장에게 "이재선 씨의 가족을 설득할 수 있도록 성남정신보건센터장(정신과 전문의)에게 '이재선 씨는 현재 치료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평가문건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이에 분당보건소장은 성남정신보건센터장으로부터 이 씨에 대한 평가문건을 받아 이 시장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이 시장은 평가문건 위에 "이재선 씨는 현재 입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연필로 가필한 뒤, 소장에게 문건을 돌려주며 이러한 내용이 들어가도록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성남정신보건센터장은 이렇게 평가문건을 수정할 수는 없다며, 조울증의 심각성과 입원 필요성에 관한 교과서적 일반론을 추가하면서 "상기 의견은 문건의 평가를 통했으므로 의학적 효력이 없으며, 임상적 진단이나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의 대면평가를 거쳐야 함"이라고 말미에 단서를 달았다.

5월에 성남시 정기 인사로 분당보건소장이 바뀌자, 이재명 시장은 그 다음달인 6월에 새로운 분당보건소장에게 "이재선 씨에 대한 행정입원 절차를 진행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특히 이해 6월 13일부터 22일까지는 브라질 출장 중이었는데도, 현지에서 분당보건소장과 국제전화를 하면서 절차 진행을 재촉했다.

분당보건소장은 6월 14일 이 시장의 모친을 찾아가 "성남정신보건센터를 방문해 이재선 씨에 대한 진단을 요청하시라"고 권유했다. 동시에 성남정신보건센터장에게는 "이 시장의 모친이 센터에 방문할 것이니 상담을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튿날인 6월 15일 이 시장의 여동생이 모친을 모시고 성남정신보건센터 사무실을 찾아 센터장과 이재선 씨의 정신건강상태에 대해 상담했다.

그러자 나흘 뒤인 6월 19일, 이 시장의 비서실장은 분당보건소장에게 "면담 결과를 전달 받으라"고 지시했다. 소장은 센터 앞으로 "면담 결과를 분당보건소로 보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센터장은 면담결과기록지를 분당보건소에 공문으로 회송했다.

6월 20일 분당보건소장은 성남정신보건센터장 앞으로 "이재선 씨에 대한 진단 및 보호신청을 조속히 신청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것이 정신건강복지법 제44조 '행정입원'을 개시하기 위한 첫 절차로 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장·군수·구청장에 대한 진단·보호신청이다.

이러한 신청이 빨리 이뤄지지 않자 7월에 당시 82세였던 이재명 시장의 모친은 "이재선 씨에 대한 정신건강 치료를 의뢰했으나 협조를 얻지 못한 탓에 이재선 씨의 정신건강상태가 악화돼 그 후 여러 사건들이 발생했는 바, 향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증명을 성남정신보건센터로 발송했다. 그런데 이 내용증명 문안은 이 시장의 비서실장이 작성한 것이었다.

같은 달에 이재명 시장은 분당서울대병원장과 통화를 하면서 "이재선 씨의 정신건강상태에 문제가 있으니, 이 씨를 입원시켜 치료하는데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병원장은 "현 단계에서 바로 입원 절차를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8월 2일, 성남정신보건센터장은 "이재선 씨에 대해 진단 및 보호를 신청한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작성해 성남시장 앞으로 발송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44조 1항의 진단·보호신청이 시장에게 접수되더라도 2주 진단입원을 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정신과 전문의에게 의뢰해 '정확한 진단의 필요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8월 17일, 성남시장 수행비서는 분당보건소장에게 "성남시청 청원경찰 2명과 함께 이재선 씨를 입원 시키자"고 제안했으나, 소장은 "그 절차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에 8월 27일 이재명 시장은 분당보건소장에게 "이재선 씨에 대해 진단의뢰 절차는 완료됐으니 그 다음 절차를 진행하라"며 "일 처리 못하는 이유가 뭐냐. 사표 내라. 합법적인 사항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징계를 줄 것"이라는 취지로 질책했다.

9월에 분당보건소장은 성남 부시장을 찾아가 "이재선 씨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를 진행하게 되면 향후 형사책임을 질 수 있을 것 같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에 부시장은 이 시장을 찾아가 "공무원들이 힘들어 하고, 정치적으로도 무리가 있다"며 "절차를 그만두자"고 건의했다. 이 시장은 "다른 기관에 이 문제에 관한 유권해석 질의를 해놓고 절차는 종료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난동 살인' 안인득

형이 사전 입원시키려 했으나 뜻 못 이뤄

김미애 "행정입원은 악용될 소지 있어…

한 사람도 비극 없도록 시스템으로 해야"

정신병원 강제입원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신체의 자유 등 헌법 상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선출직 행정가인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해 '행정입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한편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이 의지를 갖고 행정입원을 시키려 하는 사례도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는데, 하물며 시장·군수·구청장이 별 관심이 없고 오히려 민원 발생 가능성만 우려되는 경우에는 과연 '행정입원'이 제대로 작동을 하겠느냐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4월 흉악범 안인득이 경남 진주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22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난동 살인 사건'의 경우, 사건 전에 안인득의 형이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동사무소 등을 찾았지만 민원 가능성을 우려한 행정기관에서는 행정입원 요청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 등에 의한 행정입원 제도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하는 한편,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적 논란을 해소하는 동시에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사법입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완전한 사법절차를 밟는 것은 오히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영연방 국가의 준사법기구인 '정신건강심판위원회'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판사와 정신과 전문의, 이송 인력 등이 위원회를 이뤄 심사하는 제도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장관이던 지난해 8월, 법무부는 "'묻지마 흉악범죄'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큰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및 격리 제도가 적법절차에 따라 실효성 있게 운용될 수 있어야 한다"며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협의해 법관의 결정으로 중증 정신질환자를 입원하게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지난해 "미국이나 독일은 '사법입원' 제도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법입원' 제도를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며, 빠른 시일 내에 도입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매해 수만 명이 비자발적으로 정신병원에 사실상 강제입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정치적 의도나 재산분쟁·가정불화 등의 원인으로 치료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강제입원이 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특히 시장 등 지자체장에 의한 행정입원은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보다 정밀하게 규정과 절차를 점검해 단 한 사람의 비극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으로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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