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언급된 '한의약 난임치료'가 양한방 갈등의 새로운 도화선이 됐다. 한의사단체는 의사 출신인 정은경 장관이 ‘한의학은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힘들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망언이라며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반면 의사단체는 대통령이 한의학 난임 시술에 대한 국가 지원을 거론한 것만으로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17일 성명을 내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마저 부정한 채, 국민과 대통령 앞에서 개인적 의견으로 한의약 난임치료 폄훼한 정은경 장관은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의협은 "정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의학은 객관적·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개인적 의견을 밝혔다”며 “이는 보건복지부가 이미 발표한 한의약 난임치료 관련 자료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의치료로 난임을 극복하고 있는 난임 부부와 한의계 전반을 폄훼한 것이기도 하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번 사태는 전일(16일)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건강보험에 난임 부부를 대상으로 한 한의학 치료도 포함되는지를 물은 데서 촉발됐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한의학 분야에서도 난임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한의학 난임 시술도) 보험 처리가 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사실상 난색을 표했다. 정 장관은 "한의학 쪽 보험급여는 되고 있지 않다"며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쉽진 않으며,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효과를 좀 더 보여주시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한의협은 이 같은 발언이 앞서 복지부가 발표한 ‘여성 난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과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지침에 따르면 난소예비력 저하 여성에 대한 한약 치료는 근거 수준 B(중등도)로 평가됐으며 보조생식술을 받은 여성의 경우 침 치료는 A(높음), 전침·뜸·한약은 모두 B 등급을 받은 것으로 명시돼있다. 협회는 “이는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대상 질환 선정 기준에 해당하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치료법임을 보건복지부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한의약 난임치료는 전국 14개 광역자치단체와 7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조례를 통해 지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협회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의 난임치료 지원 사업은 2017년 5억 원 규모로 시작해 2025년에는 9억7200만 원으로 확대됐다. 협회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사업이 확산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난임 지원 정책은 여전히 체외수정과 인공수정 등 양방적 시술에만 편중된 채 새로운 대안 마련에 실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자료를 언급하며 "정부의 지원으로 양방의 체외수정을 받은 난임여성의 88.4%, 인공수정을 받은 난임여성의 86.6%가 한의약 난임치료를 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강조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에 한방난임치료 비용 지원을 포함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며, 출산율 0.7명대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의료적 자원을 배제 없이 활용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의협은 △중앙정부 주도의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 사업 즉각 제도화 △국공립 의료기관 시범사업과 건강보험 적용 검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의 난임부부 의료 선택권 보장을 위한 국가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약 난임 치료는 양한방 의료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분야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복지부 대통령 업무보고에 대한 입장문에서 "대통령이 저출산 대책, 난임부부 지원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의학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한방 난임사업에 건강보험 재정 투입은 매우 위험한 언급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의협은 "건강보험 급여는 의학적 효과성과 경제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적용된다"며 "기본적인 효과성과 합리성을 획득하지 못한 한방사업에 건강보험을 투입하는 것은 중증의료, 핵심의료 부분에 대한 지원을 늘리자는 대통령의 합리적 판단에 비추어 볼 때 방향성에 있어 잘못된 언급"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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