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
일상의 짧은 평온, 그리고 그 끝
촉촉이 내리는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일요일 아침. 김동구(가명)씨는 오랜만에 마음을 내려놓았다. 빗소리가 마치 세상을 씻어내는 듯 그 순간만큼은 일터도, 책임도 잠시 멀리 느껴졌다.
올해로 서른다섯.
모 기업의 인터넷망 설치기사로 일하는 김씨는 구불구불한 골목과 낡은 아파트를 누비며 하루에도 몇 번씩 전신주를 오르내린다. 그에게 비는 작업을 멈추게 해주는 유일한 자연의 선물이었다.
“오늘은 아이랑 좀 놀 수 있겠지.”
그는 간밤에 사둔 재료로 토스트를 만들고, 조심스레 아내와 아이를 깨웠다.
식탁 위에 놓인 따뜻한 빵, 피어나는 커피 향, 딸아이의 잠든 머리칼을 쓰다듬는 그 짧은 순간이 동구씨에겐 오래 기다려온 평온 그 자체였다.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문 순간, 날카로운 휴대전화 진동음이 울렸다.
화면엔 단 한 줄의 문자만이 떠 있었다.
‘11시까지 출근.’

채 식지도 않은 커피를 남긴 채 그는 다시 일터로 향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