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트르의 유럽풍 궁전, 페테르고프

2025-08-17

옛 러시아 제국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성 베드로의 도시’인 동시에 ‘표트르 대제의 도시’다. 최초의 차르(황제)인 표트르(재위 1682~1725)가 건설하고 수도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공국으로 분산되었던 러시아를 통합해 제국을 이루고 서구식 근대화를 추진해 유럽의 강대국 반열에 올린 개혁 군주였다.

시내 중심에 정궁(현 에르미타쥬박물관)을 지었고 교외 바닷가에 별궁인 페테르고프를 건설했다. ‘표트르 대제의 집’이라는 뜻이다. 정궁을 겨울궁전, 별궁을 여름궁전으로 부른다. 핀란드만을 향한 언덕 위에 자리해 대양 진출이라는 러시아의 염원도 드러냈다. 절대 제정의 상징인 베르사유를 모델로 1714년부터 건설을 시작, 유럽 건축가들을 초청해 바로크풍의 건물을 짓고 유럽식 정원을 꾸몄다. 외관은 실용적이고 내부는 화려한 표트르식 건축양식을 아예 ‘페트린 바로크’라 부른다.

대지 중간을 가로지르는 16m 높이의 단층 절벽 바로 위에 기다란 궁전을 세우고 뒤쪽에 상부정원을, 앞쪽에 하부정원을 조성했다. 상부는 매우 인공적인 프랑스식 미로 정원이지만, 하부는 무성한 숲속에 산책로가 있는 자연형이다. 궁전 중앙에 계단식 폭포를 만들고 여기서 발원한 물이 1.5㎞ 길이로 뻗은 운하를 통해 발트해로 연결된다.

정원 곳곳에 설치한 144개의 분수가 주제가 되어 ‘분수의 궁전’이라 불린다. 20㎞ 떨어진 호수의 물을 끌어와 저장한 뒤, 자연 낙차로 뿜어내는 원리다. 분수는 약진하는 러시아의 국력이며 표트르의 기상이었다. 형태도 다양해 체스 분수, 피라미드 분수, 태양 분수, 다발 분수 등의 이름이 붙었다. 아담 분수와 이브 분수는 여러 산책로의 교차점으로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다. 하이라이트는 폭포 정원 중앙에서 삼손이 사자를 잡아 입을 찢고 있는 황금상이다. 발트해 영유권을 두고 벌였던 스웨덴 전쟁의 승리를 기념한 것으로 사자는 스웨덴을, 삼손은 물론 표트르를 상징한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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