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일주일 전 통일교 고위급 만찬
일본 옹호 하며 문재인 정부 비판 발언
참석 간부 “교단서 대선 지원 캠페인” 증언
“사람 먼저다 생각하는 사람 뽑았더니
도대체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2번 윤석열 지목한 천심” 교인들에 메시지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학자 총재가 통일교 고위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통일교 내부에서 2023년 국민의힘 대표 선거 개입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 총재는 20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022년 3월2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통일교 간부 120여명과 모임을 하면서 “하늘섭리를 5년 뒤로 미룰 것이냐, 앞당길 것이냐, 너희가 잘 판단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한 총재는 “대한민국이 신통일한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방이 필요하다”며 “지정학적으로 일본이 가까워 침략을 많이 해서 피해를 받았지만, 그 나라를 통해 신통일한국을 이룰 수 있다면 그 나라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 총재는 “이 정부는 많이 부족하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통일교 간부 A씨는 경향신문에 “핸드폰을 맡기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고 발표 내용을 수기로 적어 간부들끼리 회람했다”며 “다들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이후 교단에서 대선 지원 캠페인이 전개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튿날 통일교 내부 특별집회의 강의안엔 ‘한민족을 이끌어갈 지도자의 기준’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는 국가관을 지닌 인물’ 등이 언급됐다. 또한 통일교 교단에선 대선 직전에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문재인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뽑았더니 도대체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2번 윤석열을 지목한 천심이 따르는 민심이 되자’는 메시지를 교인들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 교단 차원의 윤석열 후보 지지는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통일교 민원을 청탁했다는 의혹과 연결된다. 최근 통일교 내부에서는 2022년 3월2일 만찬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에 대한 방침을 하달했던 윤모씨(윤 전 본부장)의 치밀한 작품”이었다며 “이날 한 총재가 15분 정도 말하고 이어서 윤 전 본부장의 보고가 있었다. 한 총재는 전체 앞에서 윤 전 본부장에 대해 ‘지금까지 누구도 이런 기획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극찬했다”고 전하는 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통일교인 B씨는 “당시 윤석열 후보를 도와주라는 것은 통일교 내부에 퍼져있었던 얘기”라며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자는 한 총재의 의중이 윤 전 본부장을 통해 전달됐다”고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대선 직후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공개석상에서 밝혔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윤 전 본부장과 전씨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방안 논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뒷받침하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2022년 11~12월 통일교 일부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국민의힘 입당원서를 돌릴 계획이 세워졌다는 것이다. 앞서 경향신문은 지난 15일 “2022년 11월 윤 전 본부장과 전씨는 넉달 뒤인 2023년 3월 치러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 투표권을 갖기 위해서는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 권리당원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권리당원 만 명 이상’ 확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문자 메시지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통일교인 C씨는 “교회 현장에서 입당원서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돌자 ‘지난 대선 때도 홍역을 치뤘는데 또 어떻게 이러냐’는 반발이 나왔다”며 “‘이런 식으로 위(교단)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화를 많이 냈었다”고 말했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신자들의 정치 성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특정 후보 투표나 당원 가입 등을 권유할 수가 없다.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본부장 측은 “120명이라는 대규모 앞에서 어떻게 누군가를 지지하는 말을 할 수 있겠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