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 수면검사 AI모델 개발

코골이는 수면 중 기도가 좁아지면서 공기가 통과할 때 목 주변을 진동해 발생하는 소리다. 단순한 잠버릇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면무호흡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정확한 검진과 치료가 필요하다. 실제 심한 코골이 환자의 10명 중 7명 정도는 중등도 이상의 수면호흡장애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일보가 7일 확인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19년 8만3683명에서 2023년 15만3802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무호흡과 저호흡이 시간당 5회 이상 관찰되는 질환으로. 숙면을 방해하고 만성피로, 두통, 집중력 저하를 부를 뿐 아니라. 고혈압과 부정맥, 심근경색, 뇌종중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만, 흡연, 고혈압 등과 함께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수면모호흡증을 일으키는 코골이에 대해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지 않는 인식 부족도 한몫한다.
이에 국내 연구진이 간단하게 코골이와 무호흡증을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 이비인후과 김정훈 교수 연구팀은 에이슬립 홍준기 CTO 연구팀과 공동으로 숨소리만으로 수면 단계(△깨어있음 △렘(REM) 수면 △얕은 수면 △깊은 수면)를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여럿이서 함께 자는 상황에서도 개인마다 수면 단계를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연구팀은 성인 44쌍(총 88명)이 한 침대에서 동시에 취침하도록 하고, 각자의 베개 옆에 스마트폰을 배치해 숨소리를 녹음하고 동시에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했다. 이후 녹음된 숨소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이 예측한 개인별 수면 단계를 수면다원검사 결과와 비교 분석해 모델의 예측 정확도를 평가했다. 이를 통해 AI는 스마트폰에 더 가까이 누운 사람의 수면 신호를 자동으로 식별해 개별 분석하게 학습됐다.
그 결과, AI 모델은 수면다원검사와 비교해 4단계 수면 분류에서 Macro F1 점수 0.63, 2단계 분류(깨어있음/수면)에서는 0.77을 기록하며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 Macro F1 점수는 다양한 수면 단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예측 성능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웨어러블 수면 측정기기의 성능(4단계 기준 Macro F1 점수 0.49)보다 약 29% 높은 수준이다.
윤인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여럿이 수면하는 현실적인 환경에서 스마트폰 마이크만으로도 수면다원검사 수준의 정밀한 수면 분석이 가능함을 입증한 최초의 연구”라며, “별도의 웨어러블 기기 없이 수면을 모니터링 하는 인공지능 기술로서, 수면 건강관리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정훈 이비인후과 교수도 “기존 연구가 주로 1인 수면 환경에 국한됐다면, 이번 연구는 공동 수면 환경에서도 수면 분석 AI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수면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Sleep Medicine’에 게재됐으며, 2024년 유럽수면학회(ESRS)에서 우수 초록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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