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용, 생활, 농업, 공업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지하수는 한 번 오염되면 피해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자연 정화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돼 복원 작업에 대한 부담이 크다.
한국 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4일 한국지하수토양환경학회와 함께 ‘지하수 오염 전주기 관리와 정화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관기관 및 산학연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해 지하수 오염의 전주기 관리체계와 정화 활성화 전략을 공유 하고 정책 대안을 논의했다.
토론회는 최근 산업단지, 제련소 등에서 염소계 유기용매(TCE, trichloroethylene)와 중금속 지하수 오염이 심각해지는 현실을 반영했다. 특히, TCE는 금속 세척 등에 사용되는 대표 산업용 용제이자 발암물질로, 비수용성 고밀도 액상 오염물질(DNAPL, Dense Non-Aqueous Phase Liquid) 특성을 가져 지하 암반 틈새를 따라 깊숙이 침투해 장기간 잔류한다. 물에 뜨는 일반 오염과 달리 발견과 정화가 어려워 지하 환경의 잠복 오염원으로 지목된다.
지질자원연 문희선 지하수환경연구센터장은 TCE 및 중금속 오염부지에 대한 오염 평가 기술 성과와 정화 정책 제언을 공유 했다. 센터 연구진은 물리탐사, 물리검층조사 및 산업단지 주변 TCE 오염 특성을 모니터링하고, 3차원 지질·암상기반의 TCE 오염 분포 모델을 제안했다. 주기적인 오염 특성 모니터링을 통해 산업단지 지하수 정화 시 비용을 절감과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자연저감(MNA, Monitored Natural Attenuation) 적용 가능성을 평가했으며, TCE 오염 저감 및 분해에 관여하는 미생물 생태 특성도 확인했다.
문 센터장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하수 오염의 근본 해결을 위해 사전 조사부터 정화 완료 이후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관리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하수 구조와 오염 경로 규명을 위해 수리지질 개념모델(CSM)을 모든 단계에서 갱신하고, 장기관리(LTS)제도를 도입 해 정화 후에도 지속적 모니터링과 정보 공개 의무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서울대학교 이강근 교수는 “현행 생활용수 기준의 일률적 적용에서 벗어나, 부지 특성에 맞는 적응형 정화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오염원인자 규명이 어려운 경우 정화 기금을 활용해 공공 위해성이 높은 지역을 우선 정화하고 구상권을 청구하는 관리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락현 한국환경공단 부장은 DNAPL 오염은 토양 오염 인지 없이 지하수에서 먼저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며, 별도의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함을 지적했다. 지자체의 사후조치 행정력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제도 지원을 통해 정화 행정명령이 이행될 기반을 확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이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은 "지하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탱하고, 산업, 생태계, 지역 균형발전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기반 자원"이라며, "KIGAM은 안전한 지하수 환경 관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회, 정부,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해 대한민국 지하수 오염 정화 활성화와 관리 정책의 미래를 여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