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후 이상 현상이 충치·치주질환 등 전 세계인의 구강건강 악화와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자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은 물론 이상 기후 현상으로 빚어진 재정·물류적 차질이 치과 진료 접근성을 저해하는 등 간접적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 의학연구소(All India Institute of Medical Sciences) 연구팀은 최근 문헌 분석 연구를 통해, 기후 변화가 구강 질환 발병률을 높이고, 진료 인프라와 접근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치과의사협회 공식 저널인 ‘British Dental Journal’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논문 데이터베이스인 PubMed, Embase, Scopus에서 ‘기후변화’, ‘구강건강’, ‘치과’ 등의 키워드로 검색한 493편의 논문을 선별해, 10편을 최종 분석했다. 해당 논문들은 2010~2024년에 발표됐으며, 인도, 영국, 미국, 캐나다, 케냐 등 연구자가 참여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충치, 치주질환, 구강암, 법랑질 발육 이상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식수 오염과 물 부족은 구강 세정이나 예방 치료의 기회를 축소시키는 등 위생 환경을 악화시켜 세균성 질환인 충치나 치주염을 유발했다. 또 오존층 파괴에 따른 자외선(UV) 노출은 피부암뿐 아니라, 입술 등 노출된 부위의 구강암 발병 위험을 높였다.
가뭄 등으로 인한 식량부족은 유년기 식이 불균형으로 이어져 법랑질 형성과 치아 발육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은 환자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줘 이갈이(bruxism)나 턱관절장애(TMJ)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홍수, 태풍, 산불 등 자연재해로 인한 치과의료기기 운송 지연, 약품 및 소모품 공급 중단, 전력·통신 차단 등은 정상적인 치과 진료에 차질을 빚게 해 역시 환자의 구강건강 악화로 이어지는 주요 요인이 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질환들의 증가는 기후로 인해 악화되는 사회경제적 여건과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저소득층, 원주민, 농촌 지역 주민 등 취약계층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후 리스크에 치과계가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재난 대응형 진료시스템 마련, 원격 진료 기술 활용, 친환경 치과 재료 사용 등과 더불어 구강건강을 기후보건 의제에 포함시켜 관련 연구와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