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무성영화를 보면서 라이브 공연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까지 먹을 수 있다면, 눈과 귀와 입이 다 행복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23일(목)부터 26일(일)까지 4일간의 개최되는 오감만족 영화 여행 ’2025 속초국제음식영화제’가 바로 그런 특별하고 특이한 영화 축제다. 이 영화제에서 버스터 키튼의 '푸줏간 대소동'과 '허수아비'를 개막작으로 선정하고 관객의 오감을 만족시킬 맛있는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영화와 음식을 매개로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삶과 문화를 만나는 축제, 2025 속초국제음식영화제는 무성영화 시대 슬랩스틱의 정수를 담은 두 편을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108년 전인 1917년 작인 버스터 키튼의 스크린 데뷔작 '푸줏간 대소동'(The Butcher Boy)은 작은 마을 정육점에서 벌어지는 밀가루 소동과 재치 넘치는 변장을 통해 초창기 신체 코미디의 즉흥성과 에너지를 보여주며, 영화사적 의미도 크다.
이어지는 1920년 작 '허수아비'(The Scarecrow)는 끈과 바퀴가 얽힌 기발한 도르래 장치로 아침 식탁을 차려내는 유명한 장면을 비롯해, 생활의 공간을 놀이로 바꾸는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푸줏간과 식탁—음식의 일터와 일상이라는 두 축을 통해, 올해의 개막은 웃음 속에 담긴 노동과 삶의 리듬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무성영화인 개막작 상영에는 기타리스트 고의석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유리로 구성된 듀오 기린(GuiLin)이 라이브 연주로 함께한다. 기타(Guitar)와 바이올린(Violin)의 조화를 뜻하는 기린은 두 악기의 가장 섬세한 앙상블을 지향하며,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미슐랭 3스타 셰프 조안 로카(Joan Roca)를 비롯한 세계적 셰프들에게 사사한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셰프 에드가 케사다 피자로(Edgar Quesada Pizarro)가 준비하는 스페인 미식이 더해져, 영화와 음악, 음식이 한자리에 어우러지는 감각적인 시네마 콘서트로 개막식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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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화제에서는 다양한 문화권의 삶과 미식을 담은 19개국 39편의 음식영화를 소개한다. ‘오감만족 국제단편선’과 ‘오감만족 한국단편경선’에서는 올해 신작 공모를 통해 접수된 세계 106개국 1047편, 한국 단편 136편 가운데 엄선된 국제 단편 13개국 15편과 한국 단편 14편이 상영된다.
특히 올해부터 한국단편 부문은 경쟁 부문으로 운영되어, 심사를 통해 대상(상금 300만 원)과 심사위원상(상금 200만 원)이 수여된다. 또한 ‘맛있는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2023’ 섹션에서는 9회 영화제의 제작지원을 받아 완성된 '졸업 당한 날'이 상영되어, 형식과 주제가 한층 다채로워진 음식 소재 단편영화의 현재 흐름을 볼 수 있다.
‘음식본색’은 올해 영화제가 전하고자 하는 미식과 삶의 이야기를 가장 깊이 있게 담은 대표 섹션으로, 세계 각지의 빛나는 음식영화들을 소개한다.
일본 국민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가 다시 등장해 일본 곳곳의 식당을 찾아다니며 맛과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일상의 식탁이 지닌 위로와 자유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랑 메종 파리'는 일본 드라마 '그랑 메종 도쿄'의 후속으로, 세계 최고 레스토랑을 향한 셰프들의 꿈과 자존심, 그리고 협업의 미학을 담은 열정의 드라마다.
또 레바논 베이루트를 배경으로 한 미라 샤입 감독의 '아르제'는 아르제라는 이름의 싱글맘이 잃어버린 배달용 스쿠터를 찾아다니며 사회의 균열과 인간의 연대를 마주하는 여정을 통해, 음식과 생계가 교차하는 삶의 온기를 포착한다.
스페인 미식의 거장 조안 로카의 철학과 가족의 전통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우리 중의 한 사람: 조안 로카의 유산', 그리고 중국 윈난의 산골을 배경으로 커피 향처럼 피어나는 청춘의 우정과 도전을 그린 '커피 오어 티'도 관객과 만난다. 다섯 편의 작품은 음식을 통해 인간의 관계와 기억,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전한다.
‘모두를 위한 맛있는 영화’에서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치킨 포 린다!'가 상영된다. 억울하게 혼난 딸을 위해 닭요리를 해주려는 엄마의 하루를 그린 이 작품은, 유머와 따뜻한 감정 속에서 가족 간의 사랑과 용서, 그리고 함께 밥을 먹는 일의 소중함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올해 신설된 ‘속초스페셜’에서는 속초를 배경으로 하거나, 속초에서 촬영된 작품, 다양한 방식으로 속초와 관련된 작품을 선보인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속초에서의 겨울'은 겨울 바다의 도시 속초를 배경으로, 프랑스 예술가와 숙소 직원 수하의 만남을 통해 정체성과 감정의 미묘한 결을 탐색한다. 바다와 산,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스크린 위에서 속초라는 공간의 온도와 숨결로 피어난다.
아름다운 가을 해변과 스크린에서 진행될 세계 각국 다양한 음식영화 상영과 토크, 다채로운 먹거리 이벤트 등을 통해 먹는다는 것과 우리 삶의 관계를 돌아보고 함께 나눠 먹는 즐거움을 생각하는 맛있는 축제, ‘2025 속초국제음식영화제’는 속초해수욕장과 센텀마크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