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시멘트 건물 지을 수 있다…삽과 ‘이것’ 챙기면

2025-12-06

화성 토양 이용해 시멘트 제작 기술 개발

핵심은 지구서 운송한 특정 미생물 혼합

‘탄산칼슘’ 생성…시멘트 굳히는 역할

지구에서 건축 재료 공수 없이 기지 공사

# 가까운 미래 화성. 이곳에는 사람이 장기 거주할 수 있는 탐사 기지가 마련돼 있다. 컴퓨터와 분석 장비는 물론 우주비행사를 위한 개인 공간까지 갖춰졌다. 기지 안에서는 두꺼운 우주복이 아닌 얇은 평상복을 입은 채 숨 쉬고, 연구하고, 식사하고, 잘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지에는 문제가 있다. 내구성이 낮다는 점이다. 어느 날 기지 ‘에어 로크’(바깥 기압과 기지 내부 기압을 맞추는 좁은 방)에서 갑작스러운 폭발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기지 외벽 일부가 크게 부서진다. 2015년 개봉한 미국 공상과학(SF) 영화 <마션> 줄거리 일부다.

기지에서 홀로 생활하던 미국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는 기지 외벽이 뚫렸는데도 불구하고 악전고투 끝에 지구로 귀환한다. <마션>은 해피엔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앞으로 수십 년 안에 만들어질 현실 속 화성 기지에서 이런 외벽 파손이 일어난다면 상황은 절망적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평균 영하 63도의 차디찬 표면 온도와 사실상 제로인 산소 농도, 그리고 지구보다 훨씬 강력한 방사선을 고려하면 외벽 파괴는 기지에 머물던 우주비행사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파손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기지 건설용 재료는 뭐니 뭐니 해도 시멘트다. 굳혀 놓으면 돌처럼 단단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로켓에 무거운 시멘트 포대를 적재해 화성으로 나르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운송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다.

그런데 과학계에서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나왔다. 지구에서 시멘트를 가져가지 않았는데 시멘트를 가져간 것 같은 효과를 내는 ‘희한한 기술’이 등장한 것이다.

이탈리아 밀라노공대 연구진은 지난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마이크로바이올로지’를 통해 독특한 아이디어의 실체를 공개했다.

연구진이 시선을 고정한 곳은 ‘땅’이다. 화성 대지를 이루는 토양에는 놀랍게도 시멘트를 만들 만한 성분이 꽤 많이 널려 있다. 실리카와 알루미나, 산화철, 산화마그네슘 등 지구에서 쓰는 시멘트와 유사한 성분이 화성 토양에 다량 섞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시멘트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인 ‘산화칼슘’이 화성 토양에는 크게 부족하다. 지구 시멘트에서 산화칼슘 비율은 60~67%에 달하는데, 화성 토양에는 6~7%밖에 안 된다.

산화칼슘은 시멘트를 단단히 굳히는 역할을 한다. 산화칼슘이 부족한 시멘트는 제대로 된 시멘트가 아니라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김장을 하려고 마늘과 생강·젓갈·고춧가루 같은 양념을 잔뜩 준비했는데, 정작 주재료인 배추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제대로 된 김장을 하고 싶다면 배추를 더 많이 사야 한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화성에 없는 산화칼슘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구에서 공수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산화칼슘은 1400도 고온으로 석회석을 구워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공장이 없는 화성에서는 생산할 수 없는 재료다.

하지만 그렇다고 산화칼슘을 정말 지구에서 실어 나를 수는 없다. 운송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다. 세계 최저 비용으로 우주에서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조차 화성에 1㎏짜리 물체를 옮기는 데 10만달러(약 1억4700만원)가 들 것으로 본다. 시멘트 한 포대(40㎏)를 수송하는 데에도 60억원 가까이 든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해법을 지구에서 특정 미생물을 챙겨 화성으로 가져가는 것에서 찾았다. 미생물 이름은 ‘스포로사르시나 파스퇴리’다. 난해한 이름을 가진 이 미생물은 탄산 성분을 만든다. 생성된 탄산에 화성 토양 속 칼슘을 섞어 ‘탄산칼슘’을 만드는 것이 해법의 핵심이다.

결과적으로 탄산칼슘으로 시멘트의 주성분인 산화칼슘을 대체하는 것이다. 탄산칼슘은 산호 골격 성분이기도 하다. 화성에 이왕 존재하는 토양에 지구에서 가져간 미생물을 접촉해 ‘메이드 인 마스’ 딱지가 붙은 시멘트를 만들 방안을 고안한 셈이다.

다만 이번 연구로 인해 당장 화성에 시멘트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지구보다 훨씬 강한 방사선이 내리꽂히는 화성 지표면에서 스포로사르시나 파스퇴리가 멀쩡하게 살아남을지 아직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알려면 화성 현지에 스포로사르시나 파스퇴리를 실제 보내봐야 한다. 산화칼슘 대신 탄산칼슘을 쓴 시멘트가 화성 기지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충분한 강도를 지닐지도 좀 더 탐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아이디어가 화성 지표면에 단단한 건물을 짓는 일을 현실 앞으로 바짝 당겨놓은 점은 분명하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화성 지상 기지를 어떤 자재로 만들지 고민이 많았는데, 설득력 있는 해결책이 나온 것이다. 지구에서 우주선에 실어 가져갈 수 있는 가벼운 조립식 건물보다는 시멘트 건물이 내구성에서 훨씬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화성에서 시멘트 생산 효율을 높이려면 제조 과정을 자동화해야 한다”며 “미생물과 토양을 정확한 비율로 섞을 수 있는 로봇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상 차량과 무인기 등을 통해 화성 토양에 미생물을 직접 주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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