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금(金)은 빛나는 노란색의 무른 금속이다. 원자번호는 79번이고, 원소기호는 Au(에이유)다. 모든 금속 중 가장 안정된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떤 물질에 의해서도 변색되거나 녹슬지 않는다. 거기에다 다루기 용이하고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다.
그러다보니 금은 예부터 연금술의 꼭대기에 올라앉은 매우 존귀한 금속으로 여겨졌다. 화폐, 장신구, 세공품 등의 주재료로 매우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때론 믿음과 탐욕의 상징으로 사실상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온 이유일 게다.
▲금은 수천 년 전부터 화폐로 쓰였다. 이를테면 기원전 550년경 고대 리디아 왕국이 금화를 발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기원전 31년엔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아우레우스(라틴어로 순금이라는 뜻)’란 금화를 만들어 로마제국의 공식 통화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영국이 1816년 금본위제를 채택하면서 금이 세계 화폐 역사에 등장했다. 금본위제는 금의 일정량의 가치를 기준으로 단위 화폐의 가치를 재는 화폐 제도다. 즉 ‘금 1온스=20파운드’ 식으로 화폐의 가치를 금에 고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귀금속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희귀성, 영속성, 안전성, 미적 만족도 측면에서 최고란 얘기다. 어느 시대, 지역에서든 환금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에 만국의 공용화폐로서의 상징성도 지닌다. 이에 따라 금은 매력적인 투자의 대상으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금은 세계 5대양 6대주 어느 곳에나 있지만 쉽게 구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채굴한 금은 21만 여톤에 이르고, 남아 있는 매장량은 약 5만7000톤가량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계산하면 앞으로 15년쯤 더 캐내면 바닥나는 셈이다.
▲금은 한정된 자원이란 점에서 그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비싼 존재로 통용되고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수급이 제한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농수축산물 등에 접두사처럼 ‘금’이란 단어가 붙는 경우가 적잖다. 금배추ㆍ금오징어ㆍ금겹살 등이 그 예다.
최근 사과 가격이 불안정하다. 사과값이 급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매주 다른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폭염과 폭우, 산불 등 악재가 겹쳐 생산량이 감소한 탓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추석에도 ‘금사과’ 파동이 재연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