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급브레이크 불가피…"새 판 짜이면 주요 의제 모멘텀 이어가야”

2025-04-04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일 파면됨에 따라 전격적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선언에서 시작해 1년 넘는 의정갈등까지 촉발했던 의료개혁의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방식은 탈피하고 새 판을 짜되 여야를 막론하고 방향성에 공감하는 정책들은 새 정부 출범 후 다른 형식으로라도 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른바 ‘정권을 타지 않는’ 정책들이라는 것이다.

의개특위 ‘1년 연장’… 추가 논의 쉽지 않아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작년 4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당초 활동시한이 24일까지였으나 위원들의 연임 의사를 확인하며 1년 임기 연장을 결정한 상태다. 특위는 지난해 8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발표에 이어 12월과 올해 4월 각각 2, 3차 실행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12·3 비상계엄 파동 이후 모든 일정이 꼬여 있었다. 지역 2차 병원 육성,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의료사고안전망 구축안 등 2차 실행방안은 결국 지난달에야 발표했다. 특위는 이날 오후에도 전문위원회 회의 일정을 소화하는 등 논의를 당분간 예정대로 이어갈 분위기다.

다만 3차 실행방안은 공개가 불투명하며, 여기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던 진료면허제나 미용시장 관리방안 등의 논의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진료면허제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 수련을 거쳐야 개원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의사가 실시해야 하는 미용의료와 그렇지 않은 미용서비스를 구분하는 미용시장 관리체계 구축안은 아직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둘 다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이미 발표된 정책 중에서도 의료사고안전망 대책의 경우 의료분쟁조정법 등 개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환자·시민사회단체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진통이 불가피하다. 이상일 전 울산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향후 조기 대선에서 보건의료 분야 공약에 미용시장 관리체계나 진료면허제 등이 포함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의대 신설을 통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 바 있고 의료개혁특위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동의하는 것도 일부 있다. 이에 대선 이후에도 의료개혁 과제를 지속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했던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 등 의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해 “기존에 발표한 의료개혁 후속 조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필수의료 개선을 위한 의료개혁은 더 나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위해 지속 추진해야 할 과제이므로 차기 정부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잘 정리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의제는 가져가되 새 판 짜야”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필요성을 공유하는 개혁과제들은 모멘텀을 유지하되 의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기본 전제 하에서 새 판을 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거창한 말보다는 구체적 정책이 중요하다”며 “인구소멸지역에 공공병원을 늘린다거나 병행진료를 금하고 건강보험이 관리하는 영역을 늘리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증원과 비급여 통제에 동의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방식은 개혁이라 말하기 어려웠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 교수는 “의료개혁특위 개혁과제들이 의정갈등 수습 차원에서 시작된 게 적잖아서 큰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특위 논의사항 외에도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비롯한 미래지향적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송기민 한양대 보건학과 교수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의료개혁의 새 판을 짤 때다. 의사 수 증원을 비롯한 의제들은 가져가되 좀 더 면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밀실에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의사, 환자,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수급추계위로 갈 의대정원, 갈등 잠복

가장 뜨거운 감자인 의대 정원 문제는 최근 의대생들이 잇따라 복귀하며 변곡점을 맞은 상태다.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3058명으로 결정될지는 이들의 수업 참여에 달려 있다. 의대생 단일대오는 깨졌지만 복귀 후 재휴학 또는 수업거부 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 섣부른 관측이 어려운 실정이다.

일단 내년 의대 정원 문제가 해결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부터는 수급추계위로 결정을 미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상태로 수급추계위 안에 잠복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수급추계위에 위원을 추천하고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의협은 이날 밤 상임이사회를 열어 향후 대응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생과 더불어 사태 핵심으로 꼽히는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느냐다. 현재 근무 중인 전공의는 의정 갈등 이전의 12.4%에 그치고 있어 의료공백은 나아지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각자 다양한 선택을 한 상태라 통일된 행동을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는 아직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있지만 일반의로 재취업한 이들도 적지 않고 일부는 입영했다.

복지부는 “대화를 통한 의료 정상화 노력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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