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에 관하여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가 취하여야 하는 경영상, 관리상의 조치를 정하고 있다. 즉,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위하여 인력을 충원하거나 예산의 증액, 조직의 개편, 절차·규정·매뉴얼 등의 제·개정 등을 시행하는 것이 중처법에서 정한 의무 내용이다. 이는 현장에서 이행하여야 하는 안전보건조치와는 구분된다. 예컨대 현장의 안전설비가 설치되어 잘 작동 중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현장책임자의 몫이고, 경영책임자는 현장에서 안전설비를 잘 구비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편성해주는게 그의 일이다.
이처럼 중처법에 따른 의무가 현장에서 취하여야 하는 직접적·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의무와 구분됨에도 양자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위험성평가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는 산업현장에서 해당 현장의 책임자(안전보건관리책임자 또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총괄 관리 하에 실시되는 것임에도, 중처법 위반 사건에서 사고의 원인이 된 유해·위험요인이 위험성평가표에 없으면 곧바로 위험성평가 절차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현장에서 위험성평가를 다소 미흡하게 실시하였다고 하여 경영책임자가 위험성평가 절차 자체를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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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선고된 중처법 위반 판결 중에는 위와 같은 점을 정확히 지적한 판결이 있다.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은 D공사의 광업소에서 죽탄(물과 석탄이 섞여 반죽의 형태가 된 상태)에 매몰되어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D공사의 경영책임자 등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중처법에 따른 의무가 현장의 직접적·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의무와는 구분된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그러면서 위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현장의 직접적인 안전보건조치의무와 달리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재해재발방지 대책, 매뉴얼 등을 수립하는 등 중대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인적·물적·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하고 그 시스템이 잘 운영되는지를 점검하는 의무라고 판단하였다. 즉, 경영책임자가 위험성평가 절차를 수립하여 운영하면서 정기적으로 그 작동 상황을 점검하고 미비점을 개선하였다면, 설령 해당 절차에서 지적되었던 유해·위험요인이 실현되어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어도 경영책임자가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점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중처법에 따른 의무의 내용과 취지를 정확히 짚은 대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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