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릴 뻔한 대권 가도에도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민주당으로서도 ‘김건희 특검법’ 등 대여 공세에 탄력이 붙고 검찰을 향해 ‘무리한 기소’라며 반격할 명분까지 잡게 되는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당장 한숨을 돌린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에 주력하면서 흔들렸던 당내 리더십 재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가장 먼저 재판부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는 공직선거법 1심 직후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반박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대표는 “우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치가 이렇게 서로 죽이고 밟는 것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가 되면 좋겠다.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합시다’라고 정부와 여당에 말하고 싶다”고 공직선거법 1심과 달리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발언의 배경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권의 블랙홀이 된 자신의 ‘사법 리스크’ 공방 대신 상법 개정 토론 및 가상자산 과세 유예 논의 등 ‘먹사니즘’에 집중하자는 제안을 정부·여당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적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을 향한 반격으로 선거법 유죄 충격에서 벗어나 흔들린 대선 주자로의 입지를 재구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선거법 징역형 이후 어수선했던 당내 분위기도 서둘러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무죄 선고로 이 대표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도덕성’에서 방어 논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울러 잠시 꿈틀했던 비명(비이재명)계 재결집 시도 또한 당분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다시 견고하게 뭉쳐지면서 당력을 윤석열 정권을 향한 공세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더욱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원내 최고령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인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고 끝까지 싸워서 ‘윤건희 정권’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당장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 당력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위증교사 혐의 무죄를 계기로 ‘당원 게시판’ 논란에 발목이 잡혀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여당 장악력에 균열이 생긴 틈을 파고들어 적극 공세에 나설 수 있다.
한 야당 지도부 인사는 “이번 재판을 계기로 여당이 뭉칠지 분열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이탈 표가 지난 재표결 당시 나온 4표보다는 더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까지 특위 위원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해병대원 순직사건 국정조사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고비로 꼽힌 위증교사 혐의를 무죄로 넘긴 이 대표는 유죄를 받은 선거법 항소심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중 최종심 결과까지 가장 먼저 나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심에서 의원직 상실은 물론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나온 만큼 이 대표로서는 대권 주자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면 반드시 결과를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발 더 나아가 당 차원에서 이 대표를 압박했던 윤석열 정권과 검찰을 향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다. 여기에 검찰이 경기도 법인카드 등 예산 사적 유용 혐의로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진행 중인 재판은 총 5개로 늘어났다. 무죄 선고가 나온 위증교사 재판 또한 이제 1심이 끝난 상태다. 선거법·위증교사 상급심을 포함해 이들 재판에서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유죄가 나온다면 이 대표는 또다시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