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연말 세일'의 그늘···프리미엄이 흔들린다

2025-11-05

연말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자동차 '할인전쟁'이 막을 올린다. 매년 이맘때쯤 쏟아지는 특가 행사 소식에 잠재 고객들은 기대감을 부풀리며 지갑을 열 채비를 한다.

특히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의 가격 인하가 치열하다.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E클래스 일부 트림을 최대 18.7%, S클래스는 15%, EQE와 EQS 전기차 역시 14%에 달하는 할인율을 적용했다. 출고가 7500만원인 E200 아방가르드는 6100만원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

BMW·아우디 등도 할인 경쟁에 가세했다. BMW는 같은 기간 5시리즈를 최대 12.9%, 전기차 i5를 최대 18.3% 할인했다. 이외에도 아우디는 전기 SUV Q4 e-트론을 20.8%, 대형 세단 A8을 18% 낮췄으며, 지프는 전기 SUV '어벤저'를 최대 32.1% 할인하고 5290만원짜리 론지튜드 트림을 3590만원에 판매했다.

자동차업체들의 연말 할인 공세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전통적인 소비 성수기인 연말을 활용해 각 업체가 재고를 소진하고 연간 실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게 주된 목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할인 공세가 매출 부양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기업 입장에서 재고를 빠르게 소진해 다음 신차 출시를 원활히 준비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선 합리적인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하지만 과도한 가격 경쟁은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업계 전반의 출혈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

최근에는 일부 수입차 모델이 현대차·기아 등 국산차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도 포착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가 흔들릴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연말 가격 경쟁은 이미 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이를 예상하는 소비자들은 일부러 구매 시기를 미루고 연말에 맞춰 차량을 구매하는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가격 중심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시장 구조를 왜곡하고 산업 전반의 건전성도 해칠 수 있는 만큼 이제는 제품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서비스 경쟁력을 중심으로 한 전략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