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의 취지에 맞게 시행령을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경제 등 2대 중요 범죄로 한정하자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시행령을 개정해 2대 중요 범죄의 범위를 넓혔는데, 이를 다시 축소한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8일 “본격적인 검찰개혁 입법에 앞서 현행 검찰청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수사개시규정)’을 마련해 시행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며 “정 장관은 수사개시규정 개정 작업의 즉시 추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곧바로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경제 등 2대 중요 범죄로 한정한 검찰청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관련 시행령인 수사개시규정의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와 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범죄·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줄었다.
이 법이 2022년 5월 공포되자 한 전 장관은 법이 시행되기 전 수사개시규정을 개정했다. 새 수사개시규정은 검수완박법이 남겨둔 ‘부패범죄·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문구를 근거로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를 늘렸다. 직권남용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처럼 공직자범죄·선거범죄로 분류됐던 범죄가 부패범죄로 재분류됐고, 기술유출 같은 방위사업범죄는 경제범죄로 재해석됐다.
법무부는 “2022년 검찰청법은 부패·경제 등 중요범죄에 한해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 대상을 축소하는 것으로 개정된 바 있다”며 “그럼에도 검찰청법의 개정 취지에 반해 시행령인 수사개시규정의 개정을 통해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가 대폭 확대됨에 따라 검찰권 남용 방지를 위하여 추진된 법률 개정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있어 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 사건은 그동안 과잉 또는 봐주기 수사, 하명 수사 등 검찰권 남용의 진원으로 지목되어 왔다”면서 “상위법의 개정 취지에 부합하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민의 뜻을 검찰 제도 운영에 충실히 반영하고, 검사의 수사개시 대상 범죄를 광범위하게 정한 시행령을 근거로 진행되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방지함으로써, 검찰을 정상화하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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