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응하고자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외돼 농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대미 통상전략을 수립하는 데 농업분야가 홀대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3일(현지시각) 브룩 롤린스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 대표를 농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장관 15명을 포함한 백악관 주요 인선을 마무리했다. 트럼프가 강력히 공언해온 보호무역을 추진할 인사 위주로 내각 진용이 짜인 만큼 향후 대미 수출 품목에 고관세와 환경 규제 등 비관세장벽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무역환경 변화에 대비하고자 27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이하 산경장)를 열기로 했다. 산경장은 경제·산업 정책 관계부처 협의체로, 기재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따른 업종별 영향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이 우선 다뤄질 방침이다. 산경장은 2022년 12월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통상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앞으로 이를 정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산경장에 농식품부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업분야를 향한 미국의 공세를 제대로 막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는 주요 공약으로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미국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주요 무역 적자국 중 하나다. 이같은 무역수지 역조를 개선하고자 한국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리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미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쇠고기 등 축산물 수입을 확대하라는 내용으로 FTA 개정을 요구한 전례가 있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업 외 타 산업분야에서 미국 측에 유리한 협상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미국이 우리에게 농산물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돼지고기·쇠고기·옥수수 등에 대해 수입 확대나 수입선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자체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대응 TF’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취임 전까지 약 두달간 통상·수출·공급망 등 3개 분야별로 대책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국가간 무역 이슈에는 업종별 역학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 협상 테이블에선 우선순위에 따라 일부 업종이 소위 ‘내주는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가 반도체·자동차 등 업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자 농업분야를 지렛대 삼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앞선 1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농축산물 수입에 관한 질문에 “미국으로부터 사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계 전문가 등 민간과 지속적으로 회의하고 의견을 수렴하면서 트럼프 시대를 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