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청년 오해 줄이고 고민 나누길”…‘習 수신인’ 편지 쓴 대학생

2025-11-06

“또래들과 고민을 터놓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에 쓴 건데 화제가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한국외대 국제학부에 다니는 이제현(24, 20학번)씨는 연신 멋쩍어했다.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자신이 쓴 편지를 언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를 떠올리면서다.

지난 1일 시진핑은 경북 경주 소노캄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최 국빈만찬에서 한국외대 학생들로부터 편지를 받은 일화를 꺼냈다. 시진핑은 “며칠 전 받은 편지에는 구절구절 학생들의 한·중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며 “청년은 한·중 관계의 미래다. 양국이 청년 간 교류를 활성화해 양국 우호 사업이 대대로 이어가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씨는 “친구들로부터 영상 캡처본을 받은 뒤에야 시 주석이 편지를 언급한 걸 알게 됐다. 사실상의 ‘답신’까지 받은 셈이라 만감이 교차했다”며 쑥스러워했다.

한국외대 국제학부 명의로 시진핑에게 전달된 편지의 초안을 쓴 게 이씨였다. 그는 외교부 산하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에서 국가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고 했다. 미국이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을 연장하지 않고 미 국제개발처(USAID)가 아프리카 지원을 중단하는데, 중국은 아프리카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에 따라 인프라 투자를 늘려가는 행보에 눈길이 갔다고 했다. 이씨는 “경제·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겠지만, 중국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외교부와 한·중·일 협력사무국(TCS) 주관으로 열린 ‘2024 한·일·중 3국 청년모의정상회의’에 참여했을 때 3국 대학생의 고민이 맞닿아 있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3국 청년들이 교류하면서 서로 오해도 풀고 할 기회가 늘었으면 했는데, 마침 시진핑 주석이 APEC 정상회의 때 방한한다고 하더라고요. 기회다 싶었죠.” 이씨는 같은 학부 김현우·박보경(24학번)씨, 김정혁(21학번)씨와 논의해 636자, A4용지 한쪽 분량의 편지를 완성한 뒤 번역본까지 만들었다고 했다.

편지는 시진핑의 경주 방문을 축하하는 문구로 시작한다. 또 양국 청년들이 보호무역주의·기후변화·고령화·일자리 등 공통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씨 등은 편지에서 “이러한 도전들이 양국 청년들이 더욱 가까워지고 함께 지혜를 모을 기회라고 믿는다”라고 적었다.

“인문 교류는 사람들의 마음을 소통시키는 소프트파워”(2014년 서울대 강연)라는 시진핑 발언도 인용했다. 이씨 등은 “(시 주석의) 뜻에 진심으로 공감한다”며 “청년들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며 우정을 쌓고 동아시아의 미래를 함께 그려갈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더욱 확대되길 희망한다”라고 적었다. “그 우정 위에서 쌓은 지혜는 무너지지 않고 한·중 청소년 미래에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는 문구도 담겼다.

이씨 등은 지난달 20일 편지에 대표로 서명한 뒤 주한 중국 대사관에 메일로 보냈다. 하지만 메일을 보내면서도 실제 편지가 시진핑에까지 ‘배달’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편지 작성에 참여한 박보경(20)씨는“메일을 보낸 뒤 대사관에서 답신이 없어 잊고 있었는데 화답에 감사하다”며 “시 주석이 ‘청년이 한·중 관계의 미래’라고 한 것처럼 이번 기회에 미래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 대사도 5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편지에 대해 “시 주석의 발언은 양국 청소년 교류 활성화와 상호 이해를 중시하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외대를 찾아 청년들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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