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만2621개.'
엔씨소프트가 신작 '아이온2' 출시 후 한 달여 만에 이용을 제한한 운영 정책 위반 계정 수다. 이후에도 매일 1~2만개의 '유령 계정'이 이용 제한 조치를 받고 있다.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컴투스 등 주요 게임사도 연일 수천 개 계정을 정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계정 삭제나 이용 제한이라는 한시적 '방패'만으로는 창처럼 쏟아지는 불법 프로그램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엔씨소프트가 단순 제재를 넘어 이용자 5명을 직접 형사 고소하며 '법적 징벌'이라는 칼을 빼든 이유다.
누군가 자는 동안 매크로를 돌려 부당한 이득을 취하면, 정당하게 시간을 투자한 이용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게임을 떠난다. 게임 수익이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끊기고 불법 업자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갈수록 K게임의 경쟁력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진다.
기술적 방어선 구축은 기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을 동원한 탐지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불법 프로그램 역시 더 지능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상습 이용자를 방치한다면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상습적인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를 직접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제작자와 배포자만 처벌하던 '절반의 법'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성년자 전과자 양산 등을 우려하며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예방 교육'만으로 대응하기엔 현장의 피해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
불법 핵·매크로 사용은 개별 게임사의 운영 약관 차원을 넘는 문제다.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고, 다른 이용자의 즐길 권리를 침해하며, 산업의 미래를 잠식하는 범죄다. 게임사들은 이미 수조 원의 인프라와 인력을 '핵과의 전쟁'에 쏟아붓고 있다. 이제는 법과 제도가 그 부담을 나눠져야 한다. 실효성 있는 법적 장치를 통해 게임 산업을 좀먹는 불법 핵·매크로 근절에 나설 때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