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투명·서비스는 친절…매력만점 '안심 여행지'

2025-12-16

국내여행은 하고 싶은데 막상 떠나고 나면 “돈·시간 대비 만족도가 애매하다”는 푸념이 적지 않다. 부당 요금, 불친절, 안내 부족, 안전에 대한 불안까지 겹치면서다.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운영한 ‘관광서비스 누리살핌단’은 이런 불신을 정면으로 겨냥한 실험이다. 공급자 위주의 홍보 대신 국민 100명이 직접 전국 관광지 159곳을 돌아보고 ‘믿고 가도 될 곳’과 ‘고쳐야 할 곳’을 동시에 골라냈다. 누리살핌단은 지난해 시범 운영한 ‘관광서비스 상생지원단’을 전면 재설계한 버전이다. 단순히 현장을 방문해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감시 인력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서 매력을 발굴하고 문제를 짚어 해법까지 제시하는 ‘품질 암행어사’이자 ‘K관광 큐레이터’를 표방한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점검 지역의 폭이다. 지난해 모니터링 대상의 절반 이상(약 57.5%)이 서울·부산에 몰렸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관광공사는 올해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10명씩 총 100명의 누리살핌단을 선발했다. 수도권·광역시를 넘어 중소 도시와 관광지 인근 농어촌까지 촘촘히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국제 행사 개최지와 휴가철 인파가 몰리는 지역은 별도 관리 대상이 됐다.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를 비롯해 인천·부산 등 국제 행사 예정지와 여름 성수기 인파가 집중되는 해변·도심 관광지를 ‘집중 점검 리스트’에 올렸다. 경주에는 아예 ‘경주 특별 누리살핌단’을 꾸려 국내외 인플루언서들이 외국인 시선에서 쇼핑·안내 시설 등을 세밀하게 체크하도록 했다.

올해 누리살핌단은 이렇게 전국 관광지와 시설 159개소를 대상으로 교통 편의성, 가격 정보 표기, 안전·비상장치 설치 여부 등을 따져 1423건의 모니터링 결과를 축적했다. 이 가운데 관광객 안전과 직결된 개선 필요 사항만 240건이 나왔다. 안내표지 하나, 비상 연락망 한 줄까지 포함된 ‘생활 밀착형 점검’이라는 게 관광공사 측 설명이다.

관련기사

  • 한국관광공사, 사장 공석 1년10개월 만에 세 번째 공모 시작한다
  • 관광공사, 멕시코시티서 첫 ‘K관광 트래블마트‘ 개최
  • 관광공사, 무신사·마뗑킴·올리브영과 ‘네버엔딩 코리아‘ 협업
  • 무신사, 한국관광공사 손잡고 ‘K패션·K관광’ 함께 알린다

‘서비스와 매력 모두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은 여행지도 여럿 나왔다. 대표적인 곳이 대전과 충북 보은이다. 먼저 대전은 국립중앙과학관과 유성온천공원 족욕체험장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인상적인 도시라는 평가다. 과학관은 의무실·수유실·쉼터 등 편의 시설과 전시 안내 자료의 정보 수준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이들에게는 최신 과학 체험을, 부모 세대에게는 추억과 배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도심 속 힐링 공간인 유성온천공원 족욕체험장이 더해진다. 별도 비용 없이 천연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몸을 녹일 수 있는 이곳은 “과학관 관람으로 지친 아이들과 함께 잠시 쉬어가기 좋은 쉼표 같은 장소”로 꼽혔다. 대전역 인근 대전종합관광안내소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중국어 안내, 우산·양산 대여, 더위·한파 쉼터 기능까지 갖춰 여행 출발·도착 지점으로 활용하기 좋다고 진단했다.

충북 보은은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선정됐다. 속리산 자락에 자리한 법주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천년 고찰이다. 누리살핌단은 이곳이 오랜 역사만큼이나 전반적인 시설 관리 상태와 안내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고 보고 “한 해를 마무리하며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여행지”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세조 임금이 벼슬을 내렸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정이품송과 그 주변을 둘러싼 정이품송공원도 새로운 보은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조성된 공원은 전반적으로 청결하고 동선이 단순해 장엄한 소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산책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는 게 누리살핌단의 평가다.

누리살핌단은 점검과 홍보가 따로 놀던 과거 방식도 손봤다. 그간에는 현장 점검은 점검대로, 관광 홍보는 홍보대로 진행돼 서로 연결 고리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관광공사는 올해부터 누리살핌단이 직접 발로 뛰며 검증한 우수 관광지를 선별하고 방송 프로그램, 유튜브·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등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피드백 시스템도 강화해 단순 지적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개선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관광공사는 누리살핌단이 쌓은 1423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권역별 결과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12개 시도 지자체에 상·하반기 두 차례씩 전달했다. 여기에는 단순 현황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관광공사의 개선 권고 사항도 함께 담겼다. 지자체는 이에 대한 개선 계획을 회신하고 이후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관광공사는 앞으로 ‘국민 참여의 폭’을 더 넓힐 계획이다. 올해 성과에 힘입어 내년부터는 100명을 선발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모니터링 체계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 9월 열린 제10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논의된 ‘여행자 중심 관광 수용태세’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양경수 한국관광공사 관광산업본부장 직무대행은 “올해 누리살핌단은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국민 눈높이에서 찾아낸 우수 사례를 널리 알리고 미흡한 부분은 지자체와 함께 고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방점을 찍었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떠날 수 있는 국내 여행 환경을 위해 제도와 현장을 함께 바꾸겠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