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8조 KDDX 사업 방사청 선택은…수의계약 1년 내 2번함 발주 ‘가닥' [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2025-02-23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 8000억 원을 투입해 6000t급 최신형 이지스함 6척을 확보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2012년 개념설계, 2023년 기본설계, 2024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업체 선정, 2029년 건조 및 시험평가 완료 등을 거쳐 2030년 해군에 인도하는 로드맵을 세웠다.

KDDX 사업은 배 선체부터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체 개발에 나서는 이지스 전투체계와 스마트 브리지,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Ⅱ), 무인체계, 자율운항체계 등 무장을 국내 기술로 만드는 최첨단 함정기술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24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업체 선정을 앞두고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건이 불거지면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업체 선정은 관례대로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의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는 한화오션 문제 제기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사업주관 부처인 방위사업청은 선정 방식을 결정하 못한 채 KDDX 사업 착수는 1년 이상 지연된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고소·고발전과 여론전 등 진흙탕 싸움을 펼쳐지면서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사업자 선정 방식의 첫 번째 기로였던 KDDX 사업의 방산업체 지정 결론이 이달 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모두 지정하는 이례적 판단을 내놓으면서 또 다시 안개 속 국면에 빠졌다.

산업부는 현장 실사단의 실사와 방사청의 보안 측정 결과, 양사 모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완제품의 생산능력을 보유해 방사청과 최종 협의해 두 업체를 방산 업체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관건 해군의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전력화 계획이 더 늦춰질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속에서 지난해 연말 방사청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통해 2025년 초 KDDX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에 방사청 내부에선 늦어도 4월 중는 최종 사업자를 발표해 사업 추진을 시작할 방침을 세워 놓았다.

산업부, 방산업체 복수 지정에 혼란 야기

변수는 이례적인 방산업체 복수 지정이다. 최종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오히려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기존에 없던 복수 지정으로 일각에선 ‘공동설계’ 방식 주장이 나오면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같이 하던 걸 분리해, 상세설계를 업체 간 협약 형태로 공동으로 하자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선도함, 2번함, 3·4번함, 5·6번함을 각각 발주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는 잠수함 기술력에선 앞서지만 함정 사업 기술력에 밀리는 한화오션의 입장과 일치한다. 방사청 개청 후 18번의 함정 연구·개발에서 ‘기본설계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한다’는 원칙이 불문율로 자리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국내 구축함 건조에서 공동 개발은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방식이다. 특히 법적으로도 커다란 문제가 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당장 ‘방위사업관리규정’과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에는 함정 연구개발사업은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건조, 후속함 건조’의 3단계로 나눠 각각 진행하도록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개념설계는 소요확정을 위한 기획단계로서 연구개발 단계에 해당되지 않는다. 함정연구개발 사업이 개념설계부터 시작된 것으로 오해해 개념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마치 KDDX 연구개발을 수행한 것처럼 잘못 알려져 공동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KDDX 개념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2020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또 과학기술통신법에 ‘공동 투자’는 협약의 형태로 실행하는 것으로, 시제품도 아닌 전력화를 전제로 하는 함정을 ‘협약’을 맺고 또다시 예산을 쏟아부어 업체 간 공동으로 변경하는 것은 방위사업법 체계를 흔드는 사업방식이 될 수 있어 법적 논란을 자초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최초에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할 2018년 당시부터 협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업체 간 논란이 불거져 사업주관 부처인 방사청이 공동 개발 방식을 결정한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등 민간의 자율경쟁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논란에 불을 지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 → 기본설계 →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 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졌다. 개념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2020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기존 관례에 따르면 기본설계업체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을 건조하고, 나머지 양산함은 2번함, 3·4번함, 5·6번함 3차례에 걸쳐 건조업체를 별도로 지정한다.

논란이 거듭되면서 방사청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 밝힌 최종 사업자 선정인 4월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공식적으로 방사청에서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포함해 양산함 공동 개발 등의 방안에 대해 업체에 제안한 적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된 공동 개발 주장에 대해서도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무 자르듯 기술적으로 자르는 데는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며 “상세설계 종료 후 다음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전체 공정기간에 걸쳐 설계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게다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업체 선정을 앞둔 시점에서 공동 개발 방식을 추진하면, 오히려 특정 업체 특혜 주기로 해석될 수 있어 내부적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등장해 방사청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방위사업청의 자산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결과 보고서 원본을 허가 없이 보관한 것은 물론 KDDX 기본설계에 인용한 것으로 확인된 점이다. 방사청의 의뢰로 현재 현재 국군방첩사령부에서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만약 한화오션이 KDDX 사업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방첩사의 수사 결과 한화오션의 불법이 드러나 기소된다면 또다시 사업자 선정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방사청으로선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라는 내부의 우려와 함께 이 변수도 사업자 선정 기준에 포함해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 개발 추진시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

최종 사업자 선정을 경쟁수주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이는 방사청과 업계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수주 방식으로 진행된 사업에 보안감점 도입으로 HD현대중공업은 올해 11월까지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을 감점을 받고 있다. 이 덕분에 최근 2년간 반사이익으로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3600t급 잠수함, 군수지원함, 울산급 배치-Ⅳ 2척 등 3조 원대 규모의 함정 사업을 한화오션이 싹쓸이했다.

눈 여겨 볼 대목은 KDDX 사업 착수 착수가 1년 이상 지연돼 해군의 전력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현재 방첩사에서 수사하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 결과 보고서 원본을 허가 없이 보관하고 활용한 것이 불법으로 밝혀지면, KDDX 사업자 선정 이후에 또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어 K방산 함정사업 분야에 치명적 악영향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쟁방식이 아닌 기존 관례대로 상세설계 및 선도함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하고, 이후 양산함의 사업자를 선정함으로써 총 6대의 물량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3척씩 나눠서 수주하는 방식이 결국 K방산 함정분야의 윈윈으로 나아갈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방사청 관련 부서에는 석종건 방사청장의 지시로 K방산의 함정사업 분야 미래를 책임지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양측의 입장을 모두 수용하는 효과적 방안 도출에 대해 심사숙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이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카드는 개청 이후 그간 18번의 함정 연구개발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기본설계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HD현대중공업의 입장이 그대로 수용되게 된다.

그러나 석 청장의 강력한 지시에 따라 K방산의 미래를 위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발주 이후 1년 이내 2번함 발주를 통해 기존 관례를 깬 새로운 시도와 함께 1·2번함을 양사가 나눠 동시에 건조하고 협력하도록 유도하는 사실상 공동 개발 방식 추진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는 한화오션의 입장을 수용하게 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르면 3월 17일 열리는 사업분과위원회에서 KDDX 사업 방식에 대해 심의한 후 4월 중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개최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개청 이후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방식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유력한 최종 방안으로 약간의 시차가 있지만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와 ‘2번함 사업’ 선정을 함께 진행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산업계는 석 청장이 양사간 갈등 봉합을 통한 K방산 함정분야의 미래를 고려한 선정 방식 검토를 관련 부서에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사실에 반기는 분위기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8조 원 규모의 KDDX 사업을 두고 HD현대중업과 한화오션 간 갈등의 이면에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을 따내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개발업체 지위를 갖기 위한 욕심 때문”이라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기존 방식대로 기본설계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더라도 2번함은 경쟁업체가 건조하도록 함으로써 1·2번함 건조 과정에서 양사가 협력해 사실상 공동개발을 유도하려는 것은 K방산의 함정분야를 위해 가장 합리적 방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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