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한 한국의 우려가 큰 가운데 최중경 국제투자협력대사가 미국 보수 싱크탱크에서 미국 제조업의 활성화를 지원하는데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미국 입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사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세미나 ‘한·미 산업 협력 미래 구축’ 세미나 패널 토론에서 “미국이 자국 내 제조업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경우 한국은 이를 지원하는데 매우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투자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면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투자자들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며 ”일부 IRA 및 반도체법의 조항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사는 “단순한 수출입 관계에서 벗어나 공동 개발자이자 공동 투자자로서의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더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최종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때는 투자 환경, 노동 비용, 교통, 통신, 에너지 등의 인프라와 같은 요소들을 모두 고려한다”며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대사는 앞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에 대해선 ”그 흑자가 미국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이 흑자는 주로 양국 간 산업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이 사안을 더 논의하는 데 열려 있으며, 미국과 한국의 무역흑자를 관리하기 위한 실용적인 조치들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조치 중 하나로 한국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언급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대해 “우리는 그 프로젝트에 매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최 대사는 양국 협력 유망 분야로 조선, 방산, 인공지능(AI)·반도체, 원전, 에너지, 배터리 등의 6개 산업을 제시했다.
최 대사는 “한국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구에서 해양 우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해군 함정을 늘리는 것을 열렬히 돕고자 한다. 이것은 한국을 포함한 환태평양 국가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날 헤리티지재단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 협력에서 조선과 원전 협력에 특히 주목했다. 브렌트 새들러 해상 전투·첨단기술 담당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조선업을 발전시키려면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이 약점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같은 파트너들을 접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의회가 이번 회기에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을 다시 발의할것으로 전망했다. 잭 스펜서 에너지·환경 정책 담당 선임연구위원은 “원자력 에너지 수요가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러시아, 중국과 정말 경쟁하고 싶다면 우리는 동맹인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분류하면 한·미 원자력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냐는 질문에는 핵무기 개발과 ‘상업적(commercial)’ 원자력 협력은 다른 사안이므로 둘을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는 “솔직히 한국이나 어느 나라가 핵무기를 원한다면 그들은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민간 원자력 협력을 계속한다고 해서 한국의 핵무기 개발 능력이 향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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