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스타트업열전] 리스본 달군 '웹서밋 2025', 그 무대에 선 한국 스타트업

2025-12-02

[비즈한국]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를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스타트업 행사가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웹서밋(Web Summit)이다. 서울에서 가장 먼 유럽의 수도인 리스본은 관광의 도시이자 에그타르트의 성지로 알려져 있지만, 유럽 스타트업계에서는 훌륭한 스타트업 생태계와 노마드의 성지로 유명하다.

#더블린에서 시작해 리스본으로, 웹서밋의 역사

매년 11월 웹서밋이 리스본에서 열린다. 이를 중심으로 리스본은 이제 전 세계 창업가·투자자·기술기업이 모여드는 ‘테크 지구촌’의 중심 무대가 되고 있다. 웹서밋은 2010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아일랜드 출신 창업가 패디 코스레이브(Paddy Cosgrave),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y), 다라 히키(Daire Hickey)가 함께 시작한 작은 기술·스타트업 행사였다.

초기 목표는 단순했다. “유럽의 창업가·엔지니어·투자자를 한자리에 모으자”라는 것이 첫 아이디어였다. 당시 유럽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규모의 기술 컨퍼런스가 부족했는데, 웹서밋은 그 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2010년 더블린에서 열린 첫 행사에는 약 400명이 참가했다. 다음 해에 1500명이 넘었고, 2012년부터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과 약 4000명이 참석하는 핫한 행사가 되었다. 이후 더블린 전역에 수만 명이 모이는 국제 행사로 급성장했다. 4년째부터 웹서밋은 ‘유럽 최대 규모’의 기술 컨퍼런스가 되었다.

더블린 시내 곳곳에서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며, 초기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자를 만나는 독특한 ‘도시형 행사 모델’을 확립했다. 3명의 웹서밋 창업가들은 첫 행사에서부터 40대 이하의 테크신 거물들을 초대했다. 유튜브(YouTube)의 공동 창업자 채드 헐리(Chad Hurley), 트위터(Twitter)의 공동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 스카이프(Skype)의 공동 창업자 니클라스 젠스트롬(Niklas Zennström) 등이다. 당시 나이 44세로 다소 고령(?)이던 니클라스 젠스트롬을 제외하면, 젊은이들이 꾸려낸 미래 지향적 행사였다.

그러나 웹서밋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더블린의 숙박과 교통 인프라가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6년 웹서밋은 큰 결정을 내린다. 행사 전체를 포르투갈 리스본(Lisbon)으로 옮긴 것이다.

이 결정은 유럽 기술 생태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동시에 리스본을 유럽의 떠오르는 스타트업 성지로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포르투갈 정부와 리스본시도 웹서밋 유치를 통해 리스본을 유럽 테크 허브로 만든다는 전략을 세우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리스본은 국제공항이 시내와 가깝고, 관광의 도시답게 호텔 및 교통 인프라가 뛰어났다. 유럽이지만 미국, 남미와 접근성이 뛰어난 것도 한몫했다. 남유럽 특유의 개방성과 안전성이 좋은 점수를 받았고, 영어 사용률이 높고 외국인 친화적인 문화도 결정적 이유 중 하나였다.

웹서밋은 리스본 이전 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매년 평균적으로 5만~7만 명 이상이 참여하고 일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 등 세계 정상급 인물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2025년 웹서밋 역시 마찬가지였다. 157개국 7만여 명의 참가자가 몰린 올해 행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 넘쳤고, 기술·정책·산업·문화가 얽힌 글로벌 흐름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서 가장 먼 유럽 수도로 날아온 한국 스타트업

이 거대한 무대에서 올해 특히 눈에 띈 존재가 있다. 바로 서울창업허브(SBA)가 선발, 참여한 8개 한국 스타트업 대표단이다. 이들의 부스는 행사 기간 내내 가장 붐비는 부스 중 하나로 꼽혔고, 예정된 세션뿐 아니라 즉석 미팅에서도 글로벌 파트너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았다.

대표단은 제조, 물류, 콘텐츠, 헬스케어, 개발 협업, 영상 분석, 소비자 데이터, 에듀테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렀다. 한국 기술 생태계가 단일 섹터에 머물지 않고 기술 기반 혁신 전반에서 균형 있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먼저 한국에서도 ‘유심사’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가제트 코리아(Gadget Korea)는 해외여행 시 로컬 SIM 구매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국제용 eSIM 연결 서비스를 선보여 많은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여행 플랫폼, 카드사, 핀테크 기업과 제휴할 수 있는 어필리에이트 시스템을 제공해 유럽 디지털 여행 생태계와 협업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 데이터 기반 기술을 선보인 라이웨이(LYWAY)는 기존 커머스 중심 분석 대신 음성 AI 기반 교육 솔루션을 소개하며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솔루션은 영어·언어 학습에 음성 AI를 결합한 형태로 유럽 교육·HR 기업들의 주목을 받았다.

디지털 메뉴·점포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는 내일생각(Naeil Saenggak)은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메뉴 플랫폼과 AI 다국어 번역 기능을 통해, 유럽의 음식점·관광지 등 다양한 고객군으로부터 현실적인 도입 문의를 받았다. 현장에서 바로 데모를 확인한 바이어들은 글로벌 관광도시 리스본과 잘 맞는 솔루션이라고 평가했다.

AI 기술 기반 교육 기업 코드프레소(Codepresso)는 영국·룩셈부르크 법인을 보유한 유럽 친화적 구조를 바탕으로 AI·데이터·사이버 보안 역할에 필요한 스킬 인증, 직원 역량 모니터링, AI 인터뷰 기반 스킬 리포트 생성 솔루션을 소개했다. HR테크와 에듀테크가 결합된 구조 덕분에 현장에서 교육기관·기업 HR팀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AI 인프라 기술 분야에서는 클리카(CLIKA)가 존재감을 과시했다. 클리카는 AI 모델 경량화, 모델 압축, Edge·Cloud 전반의 최적화 솔루션, 그리고 다양한 하드웨어 백엔드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플랫폼을 선보였다. 글로벌 VC들은 “하드웨어 제약을 극복하는 AI 인프라 핵심 기술”이라 평가했다.

물류 SaaS 기업 코코넛 사일로(Coconut Silo)는 화물 데이터 중앙 플랫폼, 실시간 이동 경로 모니터링, AI 기반 운송 최적화, 다국어 기능을 제공하는 통합 물류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미 동남아 지역에서 성공한 사례에 관심을 보이는 유럽 물류사·플릿 매니지먼트 기업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옵틱믹스(OpticMix)는 홀로그램 기반 광학 스크린 모듈 기술을 선보이며 가장 뛰어난 기술적 차별성을 보여준 기업 중 하나였다. 3D·증강 디스플레이·차세대 모듈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가진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유럽 공공기관·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PoC(Proof of Concept, 개념 검증) 미팅을 다수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에어렛(Airet)은 스마트 슈즈 관리 시스템을 중심으로, 매장·기관·체육시설 등에서 신발 관리·대여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AI 기반 사용량 추적·관리 자동화 기능은 유럽 리테일 및 스포츠 시설에서 실용성이 높다고 평가됐다.

이번 웹서밋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유럽에서 단순 전시를 넘어 실제 파트너십·투자·PoC로 즉시 연결되는 ‘행동 가능한 글로벌 기회’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웹서밋이 한물갔다고? 천만의 말씀!

웹서밋은 흔히 비바테크(프랑스), 슬러시(핀란드)와 함께 ‘유럽 3대 테크 행사’로 불린다. 행사의 홍수 속에서 비바테크나 슬러시에 비해 웹서밋이 다소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려왔다.

2023년 웹서밋 CEO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린 일로 그해 구글, 메타, 아마존, 인텔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참가를 철회했다. 행사 전체의 중립성과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이유였다. 그 이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25년 웹서밋의 열기가 식지 않았음을 재확인했다.

비바테크와 슬러시가 유럽 중심성이 강한 행사라면, 웹서밋은 미국·남미·아프리카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의 비율이 매우 높았다. 타 행사에 비해 유럽에서 열리는 글로벌 행사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또 슬러시가 ‘사전 매칭 중심의 깊이 있는 미팅’, 비바테크가 LVMH, 로레알 등 ‘유럽 대기업 중심 오픈이노베이션’을 특징으로 한다면, 웹서밋은 그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개방적이다. 리스본 전체가 행사장처럼 움직인다. 웹서밋 기간에는 대부분의 여행객이 웹서밋 참여자인 만큼 호텔 라운지·트램·거리·카페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즉석 만남’이 쌓인다.

행사장도 큰 전시품이나 제품을 보여주는 구도라기보다 ‘전시품 없는 전시장’이 콘셉트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작은 부스들이 빼곡하게 놓여 있다. 매일 전시장을 지켜야 할 필요도 없다. 하루만 부스를 대여하고, 다른 날은 다른 부스에서 미팅을 잡거나 투자자 밋업 라운지에서 미팅을 잡을 수 있다. 소통과 만남 우선에 입각한 원칙이다.

환경을 고려해서 행사장에 종이 홍보물을 놓는 것도 금지다. 노트북이나 태블릿 하나로 스타트업의 솔루션을 설명한다. 그런데 이런 정책이 오히려 사람과의 대화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부스에 적힌 한 줄 소개를 보고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웹서밋만의 방식이다. ​

글로벌 무대에서 내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싶다면, 최대한 많은 세계 테크신의 사람들을 만나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면, 웹서밋이 최고의 선택인 이유다. 서울에서 가장 먼 유럽이지만 유럽 너머 아메리카대륙 진출까지 고민한다면 좋은 거점이 될 수 있는 곳이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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