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종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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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도라 제주에는 돌멩이도 많은데/(중략)/ 비바리 하소연에 물결 속에 꺼져가네/ 음 음 물결에 꺼져가네.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황금심씨의 노래 ‘삼다도 소식’이다.
이 노래가 6·25 전쟁 당시 국군 양병의 산실, 육군 제1훈련소가 위치한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상·하모리)를 무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남침으로 6·25 전쟁이 발발한 이듬해인 1951년 1월 21일 국군은 중공군 참전으로 전선이 다시 밀리게 되자 대구와 거제도에 있던 훈련소를 통합, 모슬포에 육군 제1훈련소를 창설했다. 후방인 제주도에서 안전하게 신병훈련을 시키기 위해서다.
모슬포는 일제가 건설한 알뜨르비행장과 제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육군 제58군이 주둔했던 ‘오무라 병영(大村兵舍)’이 있던 곳으로 훈련소로는 최적지였던 것이다. 특히 모슬포는 광복 후 육군 제9연대가 창설돼 기존 군사시설들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6·25 전쟁 초기에는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 인천상륙작전으로 조국을 구한 제주 출신 해병 3·4기의 훈련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모슬포 육군 제1훈련소는 창설 후 1956년 논산훈련소로 이전하기 전까지 50만명의 신병을 배출해낸 호국간성(護國干城)의 요람이었다.
육군 제1훈련소 지휘소가 있던 상모리 지역에는 현재 해병대 제9여단 91대대가 배치돼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4일 6·25 전쟁 당시 육군 제1훈련소의 토지 징발 문서 등 민간기록물 175점을 공개했다. 옛 남제주군 중문면 상예리(현 서귀포시 상예동) 일대 토지 징발 관련 문서 등이 포함됐다.
육군 제1훈련소에는 최대 약 8만명의 훈련병들이 한꺼번에 입소, 막사 생활을 하며 훈련을 받다 보니 훈련소 면적만 198만㎡(약 60만평)에 달했다. 모슬포는 물론 대정읍 보성·인성리까지 부대가 들어섰고, 인근의 안덕·중문면 등에도 숙영지와 훈련장이 설치됐다.
이처럼 훈련소 면적이 확대되면서 1951년부터 이들 지역의 토지 징발이 이뤄졌고, 전쟁이 끝난 1954년에도 토지징발령장이 사후에 발부되기도 했다.
▲이 민간기록물들은 제주도청 2청사 별관 1층에 있는 제주지방자치사료관에 전시돼 있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제주의 현대사를 되돌아볼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