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상폐에 한탕?”…감자·유증·CB 남발 코스닥사, ‘먹튀’ 빨간불

2025-04-22

금융 당국이 시가총액 등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한 가운데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가 부양보다는 출구 전략이 의심되는 움직임을 보여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표면적으로는 자본잠식 해소 등을 명분으로 감자,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단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희석시켜 경영권을 넘기는 ‘먹튀’ 시나리오가 의심되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엔코(065060)는 지난달 14일 보통주 10주를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를 공시한 직후 같은 날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무상감자는 자본금을 줄여 자본잠식률을 해소하는 조치로 장부상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주식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매우 크게 희석된다. 특정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만으로 유리한 지분 구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절차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엔코는 2023년 약 1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82억 원의 당기순손실로 적자 전환한 상태다. 시가총액은 전날 기준 138억 원으로 내년까지 상장 유지 시총 기준인 150억 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심사에 오를 수도 있다.

아이엠(101390)은 이달 7일 최대주주 변경 내용을 공시하기 약 두 달 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당시 회사 측은 “자금의 신속한 조달을 위해 투자자의 납입 능력 등을 고려해 이노웨이브를 배정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노웨이브는 지난해 11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해 초 268억 원이던 아이엠의 시총은 최근 51억 원까지 급락했는데 업계 일각에서는 비상장사인 이노웨이브가 아이엠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한 뒤 상장사의 지위를 간접적으로 활용하는 우회 상장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자본시장에서의 CB·유증 등은 비상장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가치 희석이 우려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소니드(060230)는 최근 25회차 CB를 자기 매입한 뒤 외부에 매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위즈코프(038620)·이오플로우(294090)·엠젠솔루션(032790)·더테크놀로지 등에서도 반복적인 CB·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과 전환권 행사로 인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된 정황이 포착됐다. 베셀(177350)의 경우에는 이달 최대주주 변경을 앞두고 약 260억 원 규모의 건물 등 유형자산을 매각했다. 베셀의 시총은 전날 기준 183억 원 수준으로 회사 몸집보다 큰 자산을 현금화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태가 반복될 경우 소액주주의 피해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최근 당국에 의해 유증에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늘자 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축소하고 결손금을 장부상으로 보전하는 형식적 구조조정도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무상감자를 진행한 기업은 18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개사 대비 38.5% 급증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감자·유증·CB 발행 등이 짧은 시차 내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면 회생보다는 ‘엑시트’를 위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며 “감자 이후 실제 사업 성과나 투자 흐름이 동반되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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