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3세 신유열, 능력 입증 없인 미래도 없다

2024-10-20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하며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의 개막을 알린 그는 최근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유일한 후계자임을 공고히 했다. 그에게 주어진 남은 과제는 경영 성과다. 승계자로서 그룹 내 입지를 굳히기 위해선 괄목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국적 논란, 롯데가(家) 갈등 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재계는 지난 6월 신유열 전무가 일본 롯데홀딩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시점을 롯데그룹의 승계자임을 한·일 양국에 공식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이자 한·일 롯데의 핵심기업으로 꼽힌다.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는 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로 연결돼 있다. 신 전무가 사실상 그룹 최상단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으로 합류한 것은 그룹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는 의미로, 본격적인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린 것이란 해석이다.

신 전무는 지난 2020년 일본 내 제과사업을 하는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한 뒤 2022년 아버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은 후부터 경영 현장마다 동행하며 얼굴을 알렸다.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VCM)에 참석했고, 신 회장과 함께 베르나르 아르노 LVMH 총괄회장 방한 행사,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관식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는 CES 2024를 신 회장과 동행하지 않은 채 참석했고, 지난 16일에는 롯데면세점 일본 동경긴자점의 리뉴얼 오픈식에 참석하며 현장 경영 보폭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계자로서 이력 또한 신 회장의 전례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신 전무는 일본 게이오대를 졸업하고 신 회장과 같은 미국 컬럼비아대 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노무라증권 싱가포르 지점 등을 거쳐 한국 나이로 35세 때 일본 롯데 부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2022년 롯데케미칼 일본지사로 자리를 옮겼는데, 신 회장도 일본 롯데상사 부장으로 입사한 지 2년 뒤인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올라서며 2세 경영 수업에 들어갔음을 알렸다. 당시 신 회장의 나이 35세 때다.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 그는 올 2월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등기 임원에 올라 한국 롯데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며 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미래 먹거리 발굴이란 중책을 맡게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자신과 같은 과정으로 신유열 전무를 롯데로 입사시킨 후 재계 예상보다 이르게 그를 임원으로 데뷔시켜 본격적인 승계 수업이 시작됐음을 알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이 겪은 경영권 분쟁을 아들인 신 전무에게는 되물려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승계 구도가 명확해진 만큼 신 전무가 후계자라는 점은 변함없지만, 괄목할 경영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 또한 확실해졌다. 다만 현재 영업환경을 볼 때 신 전무 스스로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순탄치는 않아보인다. 그룹의 두 축인 유통과 화학 모두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어서다.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로운 산업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그룹의 신성장 동력 확보다. 신 전무가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으로 선임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가 이끄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이 최근 롯데헬스케어 사업을 접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결을 같이 한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 2022년 4월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립됐다. 헬스케어는 롯데가 꼽은 4가지 신성장 테마(바이오앤웰니스·모빌리티·지속가능성·뉴라이프 플랫폼) 중 하나로 그룹에서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야심 차게 출발한 기업이다.

다만 기대와 달리 롯데헬스케어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첫 사업 아이템은 국내 스타트업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으로 좌초됐고, 이후 주력 사업으로 내세운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롯데헬스케어의 지난해 연 매출은 8억원인데 반해 2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에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한 지원에 나섰으나 수익성 개선에는 역부족이었다.

그에게 '실패'란 타이틀은 지금의 상황에서 악영향을 끼칠 뿐이다. 롯데지주가 헬스케어 설립 3년 만에 빠른 철수를 결정한 것도 신 전무의 존재가 컸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내에서 신 전무의 입지도 지속적으로 다져나가야 한다. 안정적인 승계를 위해 그가 일본 롯데홀딩스의 다른 주주들에게 지속적인 지지를 받아 가야 하는 숙제다.

롯데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일본 광윤사의 주요 주주는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50.29%), 신 회장(38.98%), 신동주·동빈 회장 어머니 시게미츠 하츠코(10%) 등이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기도 하다. 일본 광윤사는 단일 지분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28.14%)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앞서 광윤사 지분 과반수를 보유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신유열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한 바 있다. 신 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오랜 다툼을 벌인 큰아버지 신동주 회장의 위협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능력 입증을 통한 주주와 임직원들의 신뢰가 필요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와 사업을 같이 하며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신 전무를 사내이사에 선임하려 한 것도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다"고 해석했다.

일본 국적인 신 전무가 언제 한국 국적을 취득할지도 관심사다. 일본 국적으로 신 회장의 뒤를 잇기는 어렵다. 국내 정서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 회장은 41세가 된 1996년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국내 병역법상 만 38세가 지나면 병역의 의무가 면제되는데 신 전무는 지난 3월 만 38세가 됐다.

언어 역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앞서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에 입사해 한동안 언어로 곤욕을 겪었단 일화는 유명하다. 신 전무 역시 일본에서 나고 자란 사실상 일본인이다. 그의 한국어 구사 능력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롯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신 전무는 여전히 한국어가 굉장히 서툴다. 이 관계자는 "신 전무는 업무 보고를 영어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롯데 경영권 분쟁으로 시작된 총수 일가 간 갈등도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과 그의 딸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이끄는 재단과 롯데지주와의 첨예한 갈등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부녀는 창업주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정신을 알리고 기록하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신 회장 측에서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격호 명예회장 생전 활발히 이뤄졌던 롯데 총수 일가 3세간 교류 또한 현재는 모두 끊어진 상태다.

신 전무가 아버지의 길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그가 향후 10년 내 신 회장으로부터 승계 받을 확률이 높다. 신 회장 또한 호남석유화학에 상무로 입사한 지 7년 후인 1997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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