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에 내리지 못한 179명…끝나지 않은 기다림

2025-12-18

보고 싶다는 말

한국작가회의 엮음

안온북스 | 200쪽 | 1만5000원

12·3 불법계엄만으로도 이미 뒤숭숭했던 지난해 말, 제주항공 여객기는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무사 착륙하지 못했다. 계엄의 주범이 대통령직에서 탄핵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상은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참사 유족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슬픔은 빠릅니다. 너무 빨라서 쉽게 잊힙니다.”(정우신 ‘무안과 슬픔’)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작가 40명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 각자 1편씩 시를 써 엮은 것이 이 책이다. 1982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수열, 이문재부터 문학을 전공한 유가족 친척(김남주), 방송작가인 유가족(김윤미)에 이른다.

누군가는 잊었을 참사 사망자 수 ‘179’가 거듭 소환된다. 김명기는 여기에 제주 4·3사건 희생자 수 ‘214’를 더해 시 ‘이백십사백칠십구’를 썼다. 사고 현장이던 무안국제공항을 날아드는 새와, 지난 9월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이 겹쳐지기도 한다. “무안이 새만금을 살려낸 것이다.”(이문재 ‘우리가 달라져야’)

최지인은 “새 정부는 다를 거라고 했는데/ 기다리라고만 해…/ 인제 그만 나가달래”라면서 “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거야?”(‘무안에서’)라고 묻는다. 송경동은 공항이 15곳 있는 한반도에 신규 공항 건설 계획이 10개임을 지적하면서 “정치꾼들과 건설토호들의 이윤만 앞전이군요”(‘왜 새 떼들에게 책임을 돌리나요’)라고 했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지 못하고 있다. 참사로 부모님을 잃은 김윤미는 ‘조각-죽음을 기록하는 여자’에서 참사 당일과 이후의 과정을 전하며 “179명의 이름/ 606편의 흩어진 조각/ 책임지는 이 하나 없는 현실”을 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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