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에서 제공해온 ‘제주도 물’···“모자라니 지하수 더 파게 해달라?”

2025-05-13

지하수 취수허가량 하루 100t→150t 증량 신청

아시아나합병 등으로 기내 음용수 수요 부족 이유

2011년부터 5번 시도 도·도의회서 번번이 무산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 주식회사가 먹는샘물인 ‘한진제주퓨어워터’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제주도에 지하수 취수량 증량을 신청했다. 한국공항은 2011년부터 지하수 증산을 꾸준히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이 6번째 시도다.

제주도는 오는 21일 통합물관리위원회 지하수관리분과위원회를 열고 한국공항이 신청한 지하수 취수 허가량 증량안을 심사한다고 13일 밝혔다. 도는 해당 안건이 위원회를 통과하면 도의회에 동의를 요청한다. 도의회가 부동의하면 증량은 불가능하다.

한국공항은 지난달 30일 지하수 취수 허가량을 현행 1일 100t(월 3000t)에서 150t(월 4500t)으로 늘려줄 것을 요청하는 변경 신청서를 도에 접수했다.

한국공항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한진그룹으로 편입되면서 늘어난 기내 음용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증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국공항측은 이미 허가량 한계까지 사용하고 있어 추가 공급을 위해서는 허가량 조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한항공 기내에서 제공되는 음용수인 한진제주퓨어워터는 한국공항이 제주에서 지하수를 취수해 생산하고 있다.

한국공항은 1993년 1일 200t의 취수 허가를 받았다. 1996년 1일 100t으로 감량된 이후 소폭의 조정을 거치며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한국공항은 2011년부터 항공 승객 증가에 따른 공급 부족을 이유로 지하수 증산을 시도해 왔다. 2011년 3월 취수 허가량을 하루 100t에서 300t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했으나 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증산량을 하루 200t으로 수정해 신청했으나 도지하수관리위원회 심의부터 막혔다.

한국공항은 이를 포함해 2017년까지 5차례에 걸쳐 지하수 취수량 증량을 시도했으나 다 실패했다. 2017년 12월에는 도가 한국공항의 증산 신청 자체를 반려하면서 소송전이 진행되기도 했다.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이 쉽지 않은 것은 제주 지하수는 공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공수 개념이 지역사회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법 역시 ‘제주에 부존하는 지하수는 공공의 자원으로서 도지사가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수 관리 원칙에 따라 제주에서는 지방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를 제외한 민간 기업에 대해서는 먹는샘물 제조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공항은 공공 관리 원칙이 수립되기 전에 허가를 받아 기득권이 인정된 사례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3일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에서는 민간에 의한 지하수 상품화 및 사유화를 규제하고 있지만 한진은 40년 넘게 지하수로 이윤을 창출했고, 지속적인 증산 시도로 공수 관리 체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화산점 제주에서 지하수는 생명수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공수 정책으로 이어졌다”면서 “지하수는 사유화 대상, 거래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만큼 증산은 불허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공항은 한진제주퓨어워터를 전 세계 승객에게 공급해 제주의 청정 이미지, 물 브랜드 가치를 알렸고, 향후 지역사회 기여 활동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공항측은 “2022년 제주도 장애인운동선수 4명 채용을 시작으로 올해 15명 이상으로 늘리고 사설 저수지로 농업용수 공급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여객기 18대를 도에 등록해 지난해 지방세 211억원을 납부했으며 앞으로도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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