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

2025-02-19

인연(因緣). 사람과 사람을 비롯한 동물, 사물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말합니다. 그 인연을 몰라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그 인연을 알아보고 인생이 달라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연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한자리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걸어가며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붓다가 있습니다. 사랑을 붓고, 나눔을 붓고, 행복을 붓는 단체입니다. 회원 여러분들 모두가 선(善)한 인연으로 맺어진 관계입니다. 매월 첫째, 셋째 주 수요일마다 전주 기린로변 붓다복지관에서 무료 국수 나눔을 하고 있습니다. 60번째 국수 나눔을 했으니 5년이 지났습니다. 매번 10여 명의 봉사자가 사랑을 베풀고 계십니다. 국수를 삶고, 반찬을 만들고, 접대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자발적으로 하고 계십니다. 참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인연입니다. 이 모습을 보고 국수를 드시는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고 인사를 하십니다. 모두가 감사한 ‘인연’들입니다.

이 붓다봉사단과 한국불교태고종 원융승가회 스님들과 함께 지난 1월에 베트남 산골 유치원 6곳에 지하수 7개와 식수대 1개를 선물하고 왔습니다. 라오스와 국경지대인 베트남 디엔비엔성 남포현입니다. 한국 사람을 처음 본다는 해발 1,200m 산골 동네입니다. 전주에서 버스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서, 비행기 타고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내려서, 다시 비행기 타고 디엔비엔성 공항에 도착하고, 또 버스 타고 숙소까지 가는데 무려 18시간이 걸렸습니다. 여기서 남포현까지 버스 타고 산속 고갯길을 5시간 달려가면 그 유치원이 나옵니다.

그렇게 멀고도 먼 곳에 ‘인연’이 있었습니다. 계곡물을 받아서 먹던 아이들과 주민들입니다. 준공식에서 수도꼭지를 열자 맑고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 시원하게 나옵니다. 그 물을 먹으면서 환하게 웃는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지역주민들 모습에 피곤함이 저절로 사라집니다. 지금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부처님은 보리수나무 아래서 ‘연기법(然起法)’을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연기법은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고, 조건과 조건의 관계성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진리입니다. 연기법(緣起法)은 곧 인연법(因緣法)입니다. 불교의 가장 핵심입니다. 모든 것은 원인과 조건이 있어 생겨나고, 원인과 조건이 사라지면 소멸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이치이자 진리입니다.

이 ‘진리(眞理)’라는 단어와 관련하여 불교에 ‘진여연기(眞如緣起)’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여(眞如)’는 참 진(眞)자, 같을 여(如)자입니다. 진리라는 말입니다. 우주의 참다운 생명인 ‘진여’는 그냥 보통 이치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이기 때문에, 생동하는 생명인 점에서 부처 불(佛)자 성품 성(性)자 ‘진여불성(眞如佛性)’이라고도 합니다. 진여불성은 다른 말로 바꿔서 말하면 법성(法性)이고, 불성(佛性), 참나(眞我), 본래면목(本來面目)이고, 열반(涅槃)이고, 또 도(道)고, 진리(眞理)입니다.

인연(因緣)인 연기(緣起)를 보는 사람은 법(法)을 보고 법을 보는 사람은 우주의 근본 도리를 보고, 부처(佛)를 본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연기(緣起)를 모르면 우주의 도리, 법도 모르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인연(因緣)’은 소중한 것입니다. 작은 인연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스치면 인연이고 스며들면 사랑이 되는 겁니다.

진성스님<마이산 탑사 회주/(사)붓다 이사장/한국불교태고종전북특별자치도종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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