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사장’ 현실화한 KBS, ‘용산 방송’ 시비 계속되나

2024-10-24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에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과 신년 특별 대담을 진행했던 KBS <뉴스 9> 박장범 앵커가 낙점됐다. 당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에서 만든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해 ‘대통령 심기 경호’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정권에 편향된 보도로 시청자 신뢰도가 뚝 떨어진 KBS가 ‘용산 방송’이란 오명을 이어가겠다는 것인가.

KBS 이사회는 지난 23일 여권 성향 이사 7명만 참여한 표결에서 박 앵커를 차기 사장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친윤·낙하산’ 박민 사장이 취임 당일 그를 앵커로 전격 발탁한 뒤 KBS 뉴스는 ‘땡윤 뉴스’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박 앵커가 나선 대통령과의 특별 대담이었다. 그는 이사회 면접 때 ‘명품백’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언론에서 구분하는 품목은 생필품과 사치품이지 명품은 들어 있지 않다”고 했다. 사안을 꿰뚫는 적확하고 간결한 표현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언론의 주요 기능을 무시한 궤변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애써 축소하려던 의도를 시민들이 모를 거라 생각하는가.

‘5인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비정상적 ‘2인 체제’에서 선임한 KBS 이사진이 사장을 선출한 것이 유효한지도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8월 언론 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출범한 ‘이동관 방통위’의 2인 체제에서 YTN 민영화 등 논쟁적 사안을 결정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취임 당일인 지난 7월31일 ‘2인 비공개회의’에서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여권 추천 이사들을 선임·의결했다. 하지만 방통위 2인 체제 결정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2인 체제’ 방통위의 MBC 과징금 부과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고, 지난 8월엔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났다.

1974년 10월24일 박정희 유신 권력의 탄압에 맞서 언론인들은 자유언론에 역행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했다. 50년이 지난 오늘도 언론을 옥죄고 ‘입틀막’ 하려는 권력의 시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에 앉히겠다는 시도는 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반민주주의적 발상이다. 방통위 2인 체제에서 뽑힌 ‘KBS 파우치 사장’ 결정은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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