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핀·연어 나눠 사실 분” 합리적 소비 추구하는 소분 모임이 뜬다

2025-11-01

지난 주말, 경기도의 한 대형할인점 앞에는 네 사람이 모였다. 이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우리 동네 소모임’을 통해 처음 만난 사이라고 했다. 이들은 각자 구매한 세탁세제와 소고기, 샐러드용 채소, 머핀 등을 주섬주섬 꺼내더니 빠르게 소분해 담고는 ‘1/N’ 비용을 서로에게 입금했다. 멋쩍은 목소리로 “좋은 쇼핑이었습니다”를 외치고 돌아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이었다.

1/N이 만든 장보기 문화

치솟는 외식 물가와 생활비 부담, 1인 가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대용량 제품을 나눠 쓰는 ‘소분 모임’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규 생성된 소분 모임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1% 증가했다. 이들의 무대는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같은 ‘창고형 마트’다. 모임을 주도하는 ‘방장’은 온라인 채널에 세일 정보를 올리고 함께 장을 볼 참여자를 모집한다. 개인이 산 제품을 나눌 사람을 찾거나 특정 제품만 급히 나누는 ‘단기 미션’ 모임도 있다.

날짜와 품목이 정해지면 참가자들은 각자 쇼핑을 마친 뒤 매장 입구나 계산대, 푸드코트에서 만나 물건을 분배한다. 입장과 결제에 필수품인 회원 카드가 없는 경우엔 방장을 기다리는 형태다. 육류, 채소 같은 신선식품부터 즉석식품, 빵, 소스, 음료, 꽃까지 거래되는 품목 역시 다양하다.

대학원생 최태양씨는 평소 소분 모임에 참여해 제철 과일, 치즈케이크, 달걀을 나눠 산다. 그는 “먹고 싶었지만 양이 부담돼 포기했던 것들을 낱개로 살 수 있어 유용하다. 평소 20만~30만원은 우습게 썼는데 소분 모임을 하면서 10만원대로 장보기를 끝내곤 한다”며 “물건을 나누며 마치 챌린지에 참여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에 사는 워킹맘 이수연씨도 소분 모임을 즐긴다. 그는 “아이 간식용으로 요구르트나 베이글, 연어 등을 소분 구매하는데 냉장고에 쌓아두고 버리는 일이 없어 스트레스가 줄었다”며 “예전엔 절약이라는 단어가 궁상맞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상황에 맞게 사는 것이 훨씬 스마트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동시에 20~30대 1인 가구에 소분 모임은 단순한 절약을 넘어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밴드에서 지역 소분 모임을 운영하는 박일성씨(가명)는 “첫 만남이지만 쇼핑을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고 친밀감이 생긴다”며 “서로 취향을 나누고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작은 커뮤니티가 된다”고 설명했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연히 TV에서 ‘당근 소분 모임’을 보고 흥미를 갖고 모임에 참여한 직장인 신은진씨(가명)는 소분 경험을 “즐겁지만 은근히 체력전”이라고 표현했다. 신씨는 “과일을 나눌 땐 누가 신선한 걸 가져갈지 알 수 없는 복불복 게임처럼 느껴졌고 소분 장소도 푸드코트나 매장 화단 근처라 쾌적하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분 모임은 효율성과 재미를 모두 갖춘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참여자들은 낭비 없는 소비를 중시하며 필요한 만큼만 사도 충분하다는 점에서 특히 만족감을 느낀다. 나아가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절약을 넘어, 삶을 효율적으로 설계하려는 새로운 생활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성인 사회심리학자는 “소분 모임은 단순히 장바구니 비용을 줄이는 행위를 넘어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취향을 공유하는 사회적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이는 고물가 시대 현실적인 선택일 뿐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생활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