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민간인 신분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현역 장군 등 군인들에게 임무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구속기소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노 전 사령관이 사전 선발된 정보사령부 요원들에게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체포 및 감금 등 구체적인 임무를 하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에게 선관위 장악과 전산자료의 확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문 사령관은 지난 11월 정보사 김봉규·정성욱 대령에게 요원 30여명을 선발하도록 지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계엄 선포 후 ‘부정선거’를 언급하며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감금하라고 임무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계엄 선포 전인 이달 1일과 3일 노 전 사령관이 경기도 안산시의 한 롯데리아서 진행한 ‘버거 회동’에서 현역 군인에게 이러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노 전 사령관은 ‘1차 버거회동’에서 문 사령관과 김 대령, 정 대령을 만나 “부정선거 의혹이 크다. 중앙선관위에 들어가야 한다. 너희가 선관위 전산 서버실로 가면 된다"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3일 진행된 ‘2차 버거 회동’에서 노 전 사령관은 구삼회 2기갑여단장(준장)과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TF팀장(준장) 등 현역 장군들과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본부장 출신 김용군 전 대령에게 합동수사본부(합수본) 수사단 역할을 배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이 구성되는데 구 장군이 단장, 방 장군이 부단장을 맡으면 된다"며 계엄 선포 이후 김 전 장관에게 상황을 보고하라는 지시 또한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노 전 사령관이 현역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라는 것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육군 정보학교장으로 근무하다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불명예 전역했다. 이후 경기 안산 자택에 점집을 차려 무속인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은 잇따라 ‘버거 회동’ 멤버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1차와 2차 회동을 모두 주도한 노 전 사령관과 관련해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달 24일 검찰에 노 전 사령관을 구속 송치했으며,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의 노트북 등 증거물 분석에 착수했다.
1차 버거회동 참석자는 문 전 사령관, 정 대령, 김 대령 등 총 4명이다. 국수본·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국조본)가 공동으로 구성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문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고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에 이첩했다. 문 전 사령관은 공수처 조사에서 계엄 당시 선관위 직원 체포조를 운용했다고 시인했다. 공수처는 27일 정 대령을 소환조사했으며, 앞서 이달 26일 김 대령을 소환조사했다.
2차 버거회동 참석자는 구 여단장, 방 팀장, 김 전 대령 등 4명이다. 국수본은 이달 24일 구 여단장과 방 팀장을 피의자로 입건했으며, 성탄절인 이달 25일 구 여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방 팀장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구 여단장과 방 팀장에 대해 이달 26일 직무정지 조처를 내렸다. 김 전 대령에 대해 국수본은 27일 내란실행,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