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아랍에미리트는 그저 관광지로만 알려져 있다. 우리는 아랍에미리트를 두바이와 동의어로 여기고,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부르즈 할리파, 두바이몰 등을 아랍에미리트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에는 두바이와 아부다비로 설명할 수 없는 웅장함이 가득하다. 아랍에미리트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미래를 꿈꾸는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기회의 땅이다.
‘있는 그대로 아랍에미리트’는 국내 언론사 기자로 활동하다 아랍에미리트 민항기 파일럿으로 전직한 저자가 현지에서 직접 만난 사람들, 경험한 사건 등을 토대로 작성한 일종의 ‘아랍에미리트 종합 보고서’다. ‘보고서’라고 해서 딱딱하게 느낄 필요는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가독성’이다. 저자는 초중등 교과 과정과 연계해 세계사와 지리, 종교와 문화적 다양성을 배우는 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아랍에미리트의 정보를 마치 여행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친근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는 연방국가로 7개 토후국이 독자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협력과 경쟁을 통해 국가 발전을 이끌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국가다. 아랍에미리트의 핵심인 두바이의 경제는 물류와 관광, 금융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아부다비는 석유와 국부펀드로 국가 재정을 운영한다. 이처럼 경제적 다각화를 이루고,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함으로써 아랍에미리트는 중동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게 됐다. 또한 지리적으로 중동의 중심에 위치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중요한 관문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에미리트 항공과 에티하드 항공 같은 세계적인 항공사들은 이 나라를 글로벌 물류와 교통의 허브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혹자는 아랍에미리트의 성공이 ‘석유 자본’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는 현재 석유 자본에만 안주하고 있지 않다. 지금 아랍에미리트는 석유 자원이 고갈될 미래를 대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하고 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석유 의존을 넘어 스마트 시티, 우주 산업, 지속 가능한 에너지 개발 등 혁신적인 미래 전략을 선도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부르즈 할리파, 가장 큰 쇼핑몰 두바이 몰, 그리고 중동 최초의 실내 스키장과 같은 랜드마크들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외국 투자와 국제적 관심을 끌어들이고 있고, 아부다비의 국부펀드와 같은 안정적인 재정 운용은 아랍에미리트가 세계적인 경제 허브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번째 방문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언급될 만큼 중동은 현재 세계 정치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했다. 그 중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아랍에미리트는 중동 지역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중동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그 시작점으로 ‘있는 그대로의 아랍에미리트’를 들여다보길 권한다. 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