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살인의 추억’은 2003년 4월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범죄 스릴러 영화다. 1980년대 경기도 화성에서 실제 발생한 미제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두 형사(송강호, 김상경)의 대조적인 수사 방식과 시대적 한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범죄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영화에선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듯 이른바 ‘주사 이모’ 캐릭터가 등장한다. 송강호의 애인이자 아내였던 고(故) 전미선이 맡았던 배역이다. 극중에서 전직 간호사로 나오는 전미선은 동네 사람들에게 주사를 놔주며 들은 여러 소문을 송강호에게 전달해 범인을 찾는데 일조한다.
▲그랬다. ‘살인의 추억’의 배경이었던 1980년대엔 동네마다 ‘주사 이모’를 찾는 사람이 비일비재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물론 1960~70년대와 1990년대에도 ‘주사 이모’를 통해 자신의 집 등에서 간단한 주사나 수액을 알음알음으로 맞는 경우가 흔했다.
지역 간 의료 인프라 격차, 교통ㆍ통신의 미비로 인해 병원 접근성이 낮은 탓이 크다. 관리도 잘 되지 않고 관련 법명 미비로 주사제와 의약품 확보가 어렵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에겐 일종의 생활관행이었다.
▲‘주사 이모’는 의약품 등을 불법으로 주사하는 인물을 지칭하는 은어다. ‘주사 아줌마’라고도 한다. 주로 병원이 아닌 곳에서 은밀하게 주사를 놓는다. 이모란 호칭에서 보듯 대부분 여성이다. 전직 간호사ㆍ간호조무사 출신도 적잖고, 아예 면허가 없는 무면허 시술자도 있다.
2000년대 이후 의료법 개정, 의약품 관리 강화, 무면허 의료행위 처벌 규정 명확화 등으로 ‘주사 이모’는 도시지역에서 거의 잠취를 감춘듯 했다. 허나 지금도 여전히 음지에서 잔존 중이다. 요즘까지도 미용숍, 마사지숍 등에서 암암리에 활동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는 거다.
▲‘주사 이모’의 무면허 의료행위가 최근 방송인 박나래(40)씨 논란을 계기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박씨가 오피스텔이나 차량 등에서 ‘주사 이모’로 불리는 인물에게 주사ㆍ수액 시술 등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터다.
의료계는 이와 관련해 해당 행위가 명백한 불법임을 지적하며 수사 당국에 관련자 모두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도 필요시 행정조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맷돌고성] 악의 평범성](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51250/art_17653262456745_217de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