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자율 고점인데…5명 중 1명 예·적금 만기 전 깬다 [2024 국감]

2024-10-23

중도해지율 22.8%로 떨어졌지만

고금리 막차 타려는 수요 몰린 덕

여전히 연간 수십조 자금 이탈 중

위험 투자 '머니무브' 가속 우려도

은행 예금과 적금에 돈을 넣은 고객 5명 중 1명 이상은 만기까지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계약을 깨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의 막차를 붙잡아보려는 수요가 몰린 덕에 이같은 중도해지 사례가 몇 년 전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연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예·적금 이자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은행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 통화정책까지 완화 기조로 전환되고 기준금리가 내리막길로 돌아서면서 위험 자산으로의 머니무브가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은행 예·적금에서의 이탈 허들을 다시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IM·SC·씨티은행 등 7개 은행에서의 예·적금 중도해지율은 22.8%를 기록했다. 이는 예·적금 중도해지 건수를 계약 건수로 나눈 값이다.

이같은 은행 예·적금 중도해지율은 최근 5년 내 최저치다. 이전까지 조사 대상 은행들의 연도별 예·적금 중도해지율(중도해지건수)은 ▲2020년 32.7%(543만1000건) ▲2021년 36.3%(478만6000건) ▲2022년 36.2%(746만3000건) ▲2023년 29.8%(563만7000건) 등을 기록했다.

중도해지가 예전보다는 덜해졌다고는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벌써 4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예·적금에서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예·적금 중도해지 금액은 ▲2020년 65조1728억원 ▲2021년 62조2937억원 ▲2022년 149조2931억원 ▲2023년 70조1805억원 ▲2024년 1~8월 39조249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은행 예·적금을 끝까지 지키려는 이들이 많아진 건 앞으로는 금리가 꺾일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지금 들고 있는 예금과 적금의 이자율이 당분간 고점일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p) 내렸다. 이로써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통화정책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다.

시장에서는 이미 이를 미리 반영해 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다. 현재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최고 3.35~3.42%다.

이른바 고금리 막차 수요를 타려는 움직임은 불어나는 예금 규모로도 확인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예금은행의 만기 3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31조606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530억원 늘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만기 3년 이상 정기예금은 지난해 9월 말 이후 올해 7월까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반대로 2022년에 예·적금 중도해지가 유독 많았던 이유도 금리의 영향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직후 0%대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자, 더 많은 이자를 주는 상품을 찾아 갈아타려는 수요가 몰렸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경기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예·적금을 중도에 깬 서민들이 많았던 현실도 큰 영향을 줬다.

한은은 2020년 3월 0.75%로, 같은 해 5월 0.50%로 기준금리를 낮춘 이후 이듬해 10월까지 제로금리 시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2022년부터는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 올렸다.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특히 7월과 10월은 한 번에 0.5%p를 올리는 빅스텝이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해 왔다.

일각에서는 향후 금리가 내려가면서 예·적금 중도해지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이렇게 흘러 나간 자금이 위험 투자로 향하면서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 막차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은행 대신 투자상품으로 돈이 옮겨가는 머니무브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로금리에 맞춘 예·적금 중도해지이율을 다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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