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난’ 아닌 ‘남매의 난’? 지하철 타던 DB회장 왜 잘렸나

2025-09-02

“‘부자(父子)의 난’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아 보인다. 항간에선 ‘아들 길들이기’라고 하던데, 정말 길들이기를 하려 했다면 (아들을) 아예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지 않았을까.”

최근 갑작스럽게 회장직에서 내려온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의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2일 더중앙플러스에 이같이 전했다. DB손해보험·DB하이텍을 주력으로 DB그룹(옛 동부)은 자산 15조원, 계열사 24개를 거느린 재계 40위권 중견 대기업이다. 김 명예회장의 부친인 김준기 창업회장이 25세 때 창업해 한때 재계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출장 중 물러난 ‘쉰 살’ 젊은 총수

앞서 DB그룹은 지난 6월 27일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하고, 김남호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 회장은 김 창업회장과 고려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DB 측은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 급격한 산업구조 변동, 인공지능(AI) 혁명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이라고 밝혔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가 더 많았다.

그동안 DB는 장기간 구조조정을 하면서 건설·제조업을 떼어냈지만, 금융사업 실적은 양호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순이익 1조772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렇게 경영 상태가 양호한 상황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올해 50세의 ‘젊은 총수’가 2선으로 물러난 것.

더중앙플러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명예회장은 당시 언론 보도로 인사가 발표되기 전까지 명예회장 선임 사실을 몰랐다. 당시 그는 미국에 머물고 있었다. 김 창업회장은 인사 전후로 이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 부자(父子)는 현재도 서울 대치동 DB금융센터 34층에 집무실을 두고 매일 출근한다. 다만 김 명예회장이 쓰던 회장실은 이수광 회장이 사용 중이다.

김 명예회장을 잘 아는 측근은 “김남호 회장 역시 별다른 얘기 없이 업무에 집중하는 것으로 안다. 겉으로 불만을 드러낸 적도 없다”며 “재계에는 선대회장의 인사에 대해 직접 묻지 않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고 말했다.

김 창업회장의 외아들인 김 명예회장은 2009년 동부제철(현 KG스틸) 아산만관리팀 차장으로 입사해 동부제철 인사팀 부장, 동부팜한농 부장, DB금융연구소 부사장 등을 거쳐 2020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지금은 중단했지만 여느 ‘회장님’과 다르게 지하철·버스 귀가, 출근 룩, 친구들과 골프 등 소소한 일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특히 결혼 10년 만에 얻은 외동딸의 일상을 공개하며 ‘#딸바보아빠’ 라는 태그를 붙이기도 했다. 그의 부인은 차광렬 차병원·차바이오그룹 립자의 장녀 차원영씨다.

34층 함께 근무…인사 관련해선 ‘침묵’

지난 5년간 성과를 뒤로하고 김 명예회장이 물러난 배경은 무엇일까. 그의 오랜 측근은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결이 다른 얘기를 꺼냈다. DB그룹과 연결된 단단한 혼맥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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