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포스트-에너지 승부수] SK이노-E&S '100조' 합병... 넘어야할 과제는

2024-09-27

아·태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 탄생

"장기적 관점서 기업 성장성에 배팅한 것"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태성(업앤컴 대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합병과 관련된 두 회사의 사업보고서와 관련 자료들을 분석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먼저, 두 회사의 합병에 따른 밸류에이션 산정시 상장회사는 현재 거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싫든 좋든 현재의 거래가격은 기업의 가치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비상장 기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데, 문제는 SK이노베이션은 상장기업이고 SK E&S는 비상장 기업이라는 데 있다. 무엇보다 SK E&S는 SK주식회사가 주식의 90%를 소유하고 있고, 거래되는 주식이 없기 때문에 두 기업을 합병할 때 어떤 비율로 합병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SK E&S는 순자산 7조원에서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SK이노베이션은 순자산 33조원에서 1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회사이다.(2023년 기준) 이번 합병 비율은 SK이노베이션 1주와 SK E&S 1.191주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즉 SK이노베이션이 새로운 1주를 발행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SK E&S의 주식 1.191주를 얻는 것이다.

두 회사의 자산가치 차이는 4배가 넘는데, 합병 비율이 이를 모두 반영하지 못하니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주당 순자산 희석이 발생하는 것이기에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가치는 자산가치뿐 아니라 수익가치를 반영해야 하기에 이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익가치 측면에서는 어떨까. 4분의 1 정도의 적은 순자산을 활용해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의 70%를 달성하는 SK E&S 입장에는 과연 이번 합병 비율이 만족스러울까. SK이노베이션 주가가 10~15만원 사이에서 움직인다면 SK E&S의 기업가치는 약 5조~6.5조원 전후로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실제 SK E&S의 적정한 기업가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SK이노베이션과의 교환 비율에 따라 반영되는 기업가치다.

이와 달리 순자산 7조원에서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만드는 회사가 별도로 코스피에 상장한다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현재 코스피 100위 내에 있는 기업들의 PER(주가수익비율)는 대부분 10이 넘으며, 많게는 100에 가까운 기업도 많다. 5 이하의 기업은 2~3개 기업에 불과하다. 가정법이지만 만약 SK E&S가 상장됐다면 보수적으로 PER 10을 가정한다고 해도 시가총액 10~15조는 무난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SK E&S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가치를 인정받으며 합병을 통한 상장을 하는 선택을 한 것일까. SK E&S의 90% 주주인 SK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효과와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의 자금조달 이슈를 동시에 풀고, 장기적으로 에너지분야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에 외국인 투자기관과 일반투자자들이 적극 동의한 것 역시 당장의 지분 희석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성에 배팅한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SK이노베이션의 남은 숙제는 합병을 통해 자산 효율성을 제고하고, 사업적 시너지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 리그에 진출해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뛰어난 선수의 힘을 빌려 상장하는 만큼 시장과 주주가 기대하는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SK이노베이션은 팀도 살리지 못하고 국내리그 흥행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케이스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 합병 결정이 SK이노베이션이나 SK E&S 주주 모두에게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도록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의무가 생긴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은 지난달 27일 열린 SK이노 임시주총을 계기로 9부 능선을 넘었다. 이날 양사 합병안건은 참석 주주 85.75%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합병안에 반대의견을 냈으나, 기관 및 개인투자자 상당수는 찬성표를 던졌다.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진 합병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설정한도 8000억원의 절반을 밑도는 3300억원 대에 그쳤다. 올해 11월 1일 공식 출범 예정인 통합법인의 자산규모는 약 100조원, 연 매출은 88조원 수준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회사가 될 전망이다.

※ 필자는 미국 관리회계사로 '업사이드포텐셜앤컴퍼니'(업앤컴) 대표로 일하고 있다. 업앤컴은 파이낸셜 분석을 토대로 기업의 장단점과 리스크 등을 파악, 이에 기반해 IR과 PR 전략을 수립·실행한다.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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