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업정지 '은거래소' 홈피서 골드바 팔았다…소비자 발동동

2025-02-18

김용남(63·가명)씨는 지난 13일 오후 한국은거래소(은거래소) 홈페이지에서 골드바 10g 11개와 실버바 100g 2개를 구매했다. 업체 계좌로 1600만원 상당을 송금했지만 이틀이 지나도 ‘돈이 입금되지 않았다’는 알림만 받았다. 김씨는 여러 차례 업체에 연락했지만 응답이 없었고,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한 뒤 비슷한 피해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공정위가 영업정지 시켰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그렇다면 거래를 못 하게 조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목돈을 잃게 될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은거래소에 대해 135일 동안 영업정지 및 과태료 750만원 부과 등을 명령하고, 법인 및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은거래소는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금·은 등 귀금속을 판매하는 곳으로, 한국금거래소와 이름이 유사한 민간 기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은거래소는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7억6000만원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14억원 상당을 뒤늦게 환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23년 12월 은거래소에 대해 ‘환급 지연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은거래소 측은 ‘정상적으로 환불 이행이 되고 있다’고 입장을 내며 반박했다. 공정위는 이런 은거래소 측 입장이 거짓·과장됐다고 판단했다. 영업정지는 지난달 31일 개시됐다.

하지만 영업정지 처분 뒤에도 한동안 홈페이지에서 금·은 제품 거래가 이뤄졌다. 18일 기준 홈페이지에서 골드바·실버바 구매 버튼을 누르면 ‘구매할 수 없는 상품’이라는 안내가 나오지만, 김씨 등 일부 피해자들은 “최소 지난 15일까진 인터넷에서 거래가 가능했다”고 호소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공정위 처분이 내려진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은거래소 관련 4건의 피해 구제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음에도 거래가 이뤄지는 업체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폐쇄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추가 피해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는 업체의 홈페이지를 폐쇄하기 위해서 ‘임시중지 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임시중지 명령이란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힐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 공정위가 해당 판매처를 임시로 폐쇄할 수 있는 조처를 말한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2016년 9월부터 현재까지 임시중지 명령이 내려진 사례는 2건에 불과하다. 명령을 발동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온라인 쇼핑몰 ‘어썸’ 및 2022년 10월 온라인 쇼핑몰 ‘사크라스트라다’를 대상으로 임시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임시중지 명령을 발동하기 위해선 ▶사업자의 행위가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계약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 등 ▶이로 인한 재산상 손해 발생 ▶다수 소비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확산의 우려가 있을 경우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요건을 다 갖춰도 공정위 전원 회의 및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크라스트라다의 경우 2022년 9월 공정위의 조사 착수에서부터 임시중지 명령이 내려지기까지 약 한 달가량 시간이 소요됐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제도 보완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는데 현행 임시중지 명령 제도는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임시중지 명령 발동 조건을 실제 상황에 맞게 조율하고 일괄적으로 즉시 적용할 수 있게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은거래소 측에서 일부 주문에 대해 청약 철회 등을 하는 등 명백하게 기만적 방법을 사용했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임시중지 명령을 즉시 발동할 수 없었다”며 “홈페이지 호스팅 업체에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수 없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는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 조처했다”고 설명했다.

은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홈페이지로 추가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했고 고객에게 연락해 순차적으로 환급하려고 한다. 한 명의 피해자도 남지 않게 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공정위와 지속해서 소통하면서 영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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