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 동나고 한강라면 장사진…日 홀린 K소비재, 4300만弗 수출길 열려

2024-10-13

지난 12일 일본 도쿄 한류박람회 행사장 내 오픈키친 부스 앞은 라면을 즉석으로 조리하는 ‘한강라면’을 체험하려는 젊은 일본인들로 수십 미터의 긴 줄이 이어졌다. 자신의 순번이 돌아오자 원하는 라면을 직접 고른 뒤 조리기에서 젓가락을 휘저으며 면발을 익히는 데 신경을 곤두 세웠다. 스스로 완성한 라면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인증샷을 촬영하는 카메라 셔터음은 연신 터져 나왔다.

이곳에서 만난 20대 일본인 여성인 우카 씨는 능숙한 한국말로 “한국 드라마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주 보던 한강라면을 일본에서 접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며 “한국라면의 쫄깃한 식감과 일본에는 없는 다양한 맛들이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국드라마와 케이팝 등 한류 문화의 인기는 한국 기업의 식품·화장품 등 우리 소비재에 대한 현지 관심을 끌어내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이날 박람회를 찾은 약 1만 2000명의 한류 팬들은 전시부스 곳곳에서 한국 음식과 건강식품을 맛보고 화장품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체험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당초 한국식 주먹밥과 홍초·인삼 슬러시를 제공하던 부스는 많은 인파로 준비된 물량이 삽시간에 동나면서 튜브형 고추장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는 이러한 한류 열풍을 한국 중소기업의 상품과 연계해 수출 등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목표 아래 한류박람회를 추진해왔다. 2010년 이후 23회째인 올해 박람회는 지난 2012년(오사카) 이후 12년 만에 일본에서 열리게 됐다. 박람회에는 국내기업 189개 사가 참여해 일본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을 알리는 기회를 가졌다. 특히 올해 행사는 박람회 홍보대사인 이성경 배우의 팬 사인회와 한일 가수 14개 팀이 참여한 콘서트가 함께 열려 시너지 효과를 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일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소비재·소부장 기업 128개 사는 전날(11일) 일본 바이어 300개 사와 1대 1 상담회를 갖고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선 총 736건의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국내 업체와 바이어 간 계약이 성사되거나 향후 6개월 내 계약하기로 결정한 금액만 4294만 7124달러(약 580억 4304만 원)에 달한다. 업무협약 건수는 6건으로 금액으로는 2404만 달러(약 325억 원)다.

정수기와 인덕션을 결합한 라면조리기를 선보인 범일산업은 한강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 수출 가능성을 키웠다. 신영석 범일산업 대표는 “아침부터 일본 바이어 8개 업체를 만나서 라면뿐만 아니라 각종 일본음식 조리에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과 인건비 절감 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며 “바이어 중 일부는 일본에서 총판을 하거나 호텔 도입을 고민하겠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바이어들은 한류를 등에 업은 한국 제품을 치켜세우며 일본의 틈새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최대 유통사 아라타의 요시히로 타다시 화장품 담당 총괄매니저는 “일본에는 크림 젤 타입으로 얼굴에 투명하게 씌우는 마스크나 목 부분까지 관리하는 제품군이 없는 편”이라며 “이러한 공백을 보완할 한국 제품들은 일본에서 판매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