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에서 13세 여학생의 사망 사건을 정부가 고의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확산하며 오는 지방선거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의 여당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스트레이츠타임스(ST)는 지난달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바주에서 일어난 ‘자라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사바주 선거 지형에 미칠 파장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사건은 지난달 17일 일어났다. 자라 카이리나 마하티르는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에서 약 40㎞ 떨어진 파파르 타운에 있는 한 이슬람 기숙학교의 1학년 학생이었다. 그는 전날 새벽 3시쯤 기숙사 배수구 근처에서 심한 외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자라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숨졌다.
사건 직후부터 소셜미디어에서는 자라의 사망에 사바주 유력 인사의 친척이 연루됐다는 소문과 함께 경찰이 수사를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방 부차관과 사바주 각료는 “유력 가문과의 관련성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초기 부검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의혹은 계속됐다. 비판이 커지자 검찰은 지난 10일 묻힌 시신을 꺼내 부검을 진행했다. 사망 24일 만이었다.
지난 주말 사바주와 라부안섬 곳곳에서는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1만3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시위가 확산하자 지난 9일 안와르 총리는 “죽음은 가난한 아이든 부유한 아이든 장난이 될 수 없다”며 “타협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안와르 정부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지방의회 선거에서 안와르 총리가 이끄는 연합정당 희망연대는 국민전선과 현지 정당 사바연합당, 와리산당 등과 맞붙는다. 말레이시아 최대 주인 사바주는 73석이 걸려 있다.
카르티니 아부 탈립 정치 분석가는 ST와의 인터뷰에서 “유력 인사 개입 의혹과 이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사바주 선거를 앞두고 정치 지형을 이미 바꿔 놓았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국제관계연구소의 오에이순 선임연구원도 “여권이 초기에 침묵을 지켜 비난 받았기 때문에, 유력 인사를 보호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했다는 소문이 계속된다면 그들의 신뢰도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보았다.
사바주 의회는 5년 임기에 도달하는 11월11일 자동 해산된다. 이후 60일 이내에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다만 ST는 사바주의 하지 누르 주지사가 향후 몇 주 내 의회를 해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