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가 각종 지표와 통계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강한데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라고 주장하며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무역수지 불균형으로 심각한 경제 비상사태를 겪고 있으며 이는 "국가적 위기"라고 주장하면서 전날 전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을 근거로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IEEPA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의회 승인이나 교역 상대국과의 협상이나 국제 무역 규정의 근거 없이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만성적인 무역적자는 이제는 경제적 문제일 뿐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의 안보와 우리의 생활방식을 위협하는 국가위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비상사태'라는 개념을 동원한 것은 실제로 비상사태여서가 아니라 광범위한 관세 부과 조치를 독단적으로 내리기를 원했기 때문이라는 게 많은 경제학자들과 법률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방식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은 그가 수십년간 품고 있던 소신의 결과로 보인다.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이던 1980년대부터 수십년간 다른 나라들이 불공정한 무역과 사업 관행을 통해 미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으며,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를 타고 대통령직에 올랐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2월에 IEEPA를 근거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면서 펜타닐 마약 밀수와 불법이민 문제가 '국가 비상사태'라고 주장했다.
IEEPA에 규정된 대통령의 비상 권한을 이런 방식으로 활용한 사례는 올해 초 트럼프의 2기 임기가 개시되기 전에는 미국 역사상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각종 거시경제 지표 등을 볼 때 트럼프가 1월에 취임할 당시 미국의 경제는 세계 다른 나라들보다 상황이 더 좋았다는 게 NYT가 전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예산을 연구하는 예일대 예산연구 랩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발표로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22%가 돼, 발표 직전의 2배로 뛴다.
이는 1909년 이래 116년만에 최고 기록이다.
백악관이 상호관세 부과 세율을 정하는 데 썼다며 제시한 수치나 수식에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토 연구소의 일반경제학 담당 스콧 링시콤 부회장은 "경제학적인 면으로 볼 때, 사실상 모든 사람이 이 숫자들은 그냥 꾸며낸 것이라는 결론을 빠르게 내리고 있다"며 "만약 이에 맞서는 법적 쟁송 움직임이 없다면 매우 의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메이슨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일리야 소민 교수는 비영리기구 자유정의센터(LJC)와 함께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소송을 준비중이라고 NYT에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로 관세를 추가로 내게 된 사업자가 원고가 될 수 있다며 "(IEEPA의) 이 조항은 비상 상황과 비상한 안보 위협 하에서만 적용되는데 이 중 어느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게다가 이 조항이 대규모 관세 부과를 허용하는지도 전혀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NYT는 "미국이 과연 경제비상사태에 처한 것인지 여부를 놓고 법률가들이 논쟁하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가 발표한 관세가 일으킬 무역 전쟁이 결국 경제비상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도우파 성향인 공공정책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경제정책연구실장인 마이클 스트레인은 이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의 관세야말로 미국인들에게 경제비상사태"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냈다.
그는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시행되면 무역전쟁이 일어나고 불황이 초래될 것이고, 고의적으로 소비자 물가를 올리고 실업률을 높이는 대통령에게 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반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만약 트럼프가 2026년과 2028년에 공화당의 성공을 바란다면 경제적 타격이 너무 커지기 전에 방향을 되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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